경제살리기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사치·낭비풍조를 조장하는 프로그램 으로 지탄을 받아온 방송사들이 해외촬영을 자제하거나 시청자경품을 해외여행권에서 가전제품이나 국내여행권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한다. 각 행정기관은 방학중 해외연수·유학 제한, 달러과소비자 단속 등의 대책을 발표하고 나섰다. 서울시도 34개 사업을 망라한 경제살리기 종합대책을 추진하면서 승용차 10부제 운행의 실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승용차 10부제운행을 행정기관의 주도에 의해 타율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서울에서만 실시해서 될 일도 아니다. 서울의 경우 88올림픽때와 94년 성수대교 붕괴참사가 일어났을 때 한 차례씩 10부제를 실시, 시민들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그러나 특별한 국가행사나 비상상황 발생에 따라 교통혼잡을 줄이기 위한 공익목적이 강했던 그때와 생계 자체가 문제가 되는 지금의 상황은 실시여건이 판이하다.
10부제를 실시하는 방법은 자동차관리법에 근거해 건교부장관이 경찰청장과 협의, 1회 6개월 이내로 시행하는 것과 도시교통촉진법에 의해 시·도지사가 1회 30일 이내로 실시하는 것 두 가지이다. 어느 경우이든 관에 의해 이 제도가 시행되면 차량운행제한 위반자에 대한 단속과 과태료 부과가 수반돼야 한다. 차를 몰고 다녀야만 생계가 유지되는 사업자들은 열흘에 한 번이라도 차량운행을 못할 경우 상당한 손실을 입게 된다. 전국이 1일생활권인데 특정 자치단체에서만 운행을 제한하는 것도 문제다. 10부제를 시행하면 한 달에 2,000억원의 경제비용 절감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힌 서울시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이런 어려움 때문일 것이다.
이미 많은 기업이나 직장이 10부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5부제를 도입한 곳도 상당수이다. 한 대기업의 경우 이번의 경제위기를 계기로 임원들에게 손수운전을 하게 함으로써 인원감축과 함께 불필요한 자동차운행을 줄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목을 죄어오는 부도·실직의 공포와 생계의 위협은 이미 차량운행 자제심리를 확산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경실련과 환경운동연합 등 30여개 시민·사회·종교단체는 26일 「경제살리기 범국민운동」을 결성하면서 활동방향의 하나로 에너지절약을 통한 녹색가정 만들기운동을 선언한 바 있다. 12월1일 출범할 이 단체에는 상공회의소,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도 참가하고 있다. 더 많은 국민들이 동참해 에너지절약과 교통혼잡 덜기에 한 몫을 하게 돼야 할 것이다. 행정기관은 자발적 절약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도록 지원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 서울시가 경제살리기대책의 하나로 끼워 넣은 공영주차장 주차료 인상문제는 지금도 요금이 높은 편이므로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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