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자금 상환연장 거부당하고 신규자금 대출신청도 문전박대/싱가포르,한국계은행 영업제한 조치기업들의 자금난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설립한 현지법인마저 극심한 자금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통상산업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의 금융조달능력에 대한 신뢰도 하락과 함께 해외에 나가 있는 국내기업의 현지법인들은 최근들어 국내은행의 현지지점이나 외국은행들로부터 만기가 도래한 자금의 조속한 상환요구를 받는 것은 물론 신규자금 대출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사 경영전략담당 S부장은 『뉴욕이나 도쿄(동경)에 나가 있는 법인으로부터 수입대금을 결제할 자금을 확보할 수 없다는 내용의 급전을 받았다』고 밝혔다. 현지에서 활동중인 한국계 은행들이 만기도래 자금의 연장불가방침은 이미 상당기간 지났으며 최근들어서는 외국은행들조차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돈을 빌려주지 않고 있으며 만기도래 자금의 조속한 상환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무역관련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S사 관계자는 『본사로부터 물건을 받은 뒤 현지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대금을 즉시 결제하고 현지은행에 대한 부채는 물건을 판 뒤 상환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최근들어 수입대금 결제용 자금을 거의 확보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만기자금의 상환과 신규대출의 중단을 골자로 한 현지은행들의 자금제공 기피는 우선 현지에 진출해 있는 한국계 은행에서 비롯됐고 이를 지켜본 외국은행들이 따라하면서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일본과 홍콩을 비롯한 동남아지역과 유럽 등 거의 전 지역에 걸쳐 나타나고 있으나 미국쪽에 진출해 있는 국내기업들에서 더욱 노골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에 따라 해외현지법인에 대한 한국계 현지 금융기관의 신용확대를 요청하고 있으나 해외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조차 현지 금융기관의 영업활동 제한으로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싱가포르 중앙은행은 최근 한국계은행에 대해 현지에서의 영업제한조치를 내렸고 일본 후지은행은 한국계 금융기관에 대한 자금공급을 전면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금융위기 탈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미국의 퍼스트시카고은행도 한국 금융기관에 대한 영업제한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은행들이 한국계 현지은행에 대해 취하고 있는 조치들은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해 본점이나 다른 지점에 송금하는 업무 등을 중지토록 하거나 만기자금의 연장을 중단하는 등의 형식인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은행은 현지 진출 한국계은행에 대해 본·지점간 신용장(LC)에 의한 거래자금도 결제하지 않기로 했고 싱가포르내 한국계은행끼리의 자금이동을 동결하는 등의 극단적인 조치를 공식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금융신용이 이대로 계속되면 해외영업에서도 막대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수출부문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금융안정책이라도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이종재 기자>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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