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이 나라살림을 잘못하면 나라꼴이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을 요즘처럼 통감해본 일이 없다. 선진국이 된다고 OECD에까지 가입했는데, 지난해까지만 해도 올해 우리 경제가 연착륙한다고 했는데, 올 봄만해도 경기가 회복국면에 들어섰다고 했는데, 며칠전만해도 우리 경제는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경제와는 다르다고 했는데, 지금와서 우리나라가 부도가 날 지경이라니 이 어찌된 일인가. 그동안 땀흘려 「경제발전의 모범국」을 만들었다는 우리 국민의 자긍심은 산산이 찢기고 말았다. 치미는 분노를 어찌할 것인가.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아닌가. 다시금 자세를 가다듬고 IMF 구제금융을 받게된 이후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이다.
IMF구제금융을 받게 되면 IMF 쪽에서 이런 저런 자구노력을 요구하게 될 것인데 이것을 경제의 신탁통치와 주권상실과 같은 것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적자살림을 해서 이 지경이 됐으니 이제 알뜰살림을 하라는 충고이므로 우리에게는 오히려 약이 될 것이며, 특히 정부에게는 허리띠를 졸라매도록 국민을 다그치는 구실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우리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 우리 경제는 환율폭등·주가폭락·금리폭등 등 급박한 금융공황 증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러한 경제위기의 뇌관은 은행 종합금융회사 투자신탁회사 증권회사 등 금융기관의 부도위기이다.
이러한 금융기관의 부실화는 임금상승과 경제개방으로 인해 기업이 경쟁력을 상실하고 줄줄이 쓰러지면서 30조원 이상의 부실채권을 금융기관에 고스란히 떠넘기면서 시작된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금융기관이 부실화하자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러거래를 끊어버렸고 이렇게 되니 하루하루 외화차입으로 꾸려나가던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외화부도를 막기 위해 국내에서 달러를 사려고 해 환율이 치솟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모든 금융기관들은 부도를 막기 위해 현금마련에 혈안이 돼있다. 대출은 중단되고 이미 나간 돈의 회수를 서두르고, 가지고 있는 주식이나 채권은 내다팔고 있다. 그러니 자금흐름은 꽁꽁 얼어붙고 금리는 치솟고 주가는 폭락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시장기능은 정지될 수 밖에 없다. 시장기능이란 가격에 의해서 수요와 공급이 조절돼 균형점을 찾는 기능을 말한다. 그런데 외환시장이 두절되고 있기 때문에 환율만 치솟고 있으며 국내자금시장에서는 금리와 관계없이 자금공급은 없고 현금마련에만 혈안이 돼있어 금리만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경제는 어떻게 되는가. 이미 환율이 올해들어 30%이상 오르는 동안 막대한 통화가 풀렸기 때문에 인플레압력이 팽배한 상태에 있다. 이것은 내년이후 공공요금 석유값 수입품가격 상승 등의 형태로 노출될 것이다. 그러한 인플레 속에서 불황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인플레와 불황이 같이 오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시대에 바야흐로 들어서고 있으며 이러한 고통의 터널은 적어도 내후년까지 3년은 지속될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불황의 고통과 인플레의 고통이 겹쳐서 나타나는 이중고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불황 때문에 소득이 줄어드는데다가 인플레 때문에 소득의 구매력까지 감소하는 고통을 겪어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 부실금융기관이 정리되는 과정에서 자금난 고금리 증시침체 등 금융구조개편에 따른 금융대란이 불가피할 것이다. 우리 산업들의 도산도 계속 줄을 이을 것이며 이로 인한 기업의 뼈를 깎는 감량과 실업의 고통을 겪어야 할 것이다. 못쓰게 된 낡은 집들을 허물고 도시를 재개발하듯 우리 산업의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근로자들의 실직사태와 임금동결 또는 임금삭감은 어쩔 수 없는 대세이다. 벌써부터 종업원의 절반을 줄이겠다든가 임금을 몇% 깎겠다는 대기업들이 속출하고 있지 않은가.
이것은 바로 가계의 위기로 직결된다. 소득이 준다든가 생활수준이 내려간다든가 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소득이 아주 끊겨서 생존을 위협받는 사람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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