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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방담:2/박찬식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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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방담:2/박찬식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7.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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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열네번째였다면서. 그렇게 부지런히 드나들어 가지고 좋아진게 뭔지 모르겠으니 답답한 일일세.―무슨 얘긴가.

―YS 해외여행 얘기지 무슨 얘기겠나. 국민감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 것 같아.

―이렇게 어려운 땔수록 아·태경제협력체(APEC) 같은 국제회의에는 열심히 참석해서 국제여론을 유리하게 이끌고 지원을 얻어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는데, 그게 옳았던 것 아닌가.

―모양이 좋지 않았단 말이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이니, 소득 1만달러시대니 하면서 가는데 마다 으스대더니. 그게 언젠가. 회사 부도내고 급전 구하겠다고 뛰어다니는 기업체 사장 같은 처지가 됐으니 국가원수 체면이 무엇인가. 그게 창피스럽단 얘기지.

―떠나기 전에 한 말도 그렇잖나. 국민에게 내핍을 호소하려면 자신이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 줬어야 하는게 아닌가. 대통령이 한 푼이라도 달러를 아끼려고 외국방문계획을 취소했다면 절약분위기도 훨씬 좋아졌을 것이고, 실업사태로 상심하고 있는 국민이나 기업도 용기를 얻었을 것 아니겠나.

―국민의 낙담이나 상실감은 국가 지도자가 위기의 현장에 없었다는 사실 때문에 더 증폭됐다고 보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옛날부터 그런 일을 많이 겪지 않았나. 지도층 인사들의 말을 믿고 따르지 못하는 서민의 불신과 상대적 박탈감이, 요즘 같은 때 사회통합을 방해하고 있다면, 그게 진짜 큰 일 아닌가.

―대통령이 모처럼 사과까지 한 마당에 어쩌겠나. 임기도 끝나 가는데 하야를 요구할 수도 없고. 속상하지만 힘을 합쳐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수 밖에.

―이런 낭패가 두번 다시 없게 하자면 다음 대통령 만은 정말 잘 골라야 하겠는데. 대체 어떻게 돼 가는 건가. 이제 투표까지 20일 밖에 없지 않나.

―모를 게 뭐 있나. 여론조사 마다 DJ가 1위로 나타나지 않았나. 그게 모든 걸 말해 주는 것 아닌가. 경제야 하버드에서 공부하고 저서까지 갖고 있는 실력이니 두 말 할 것도 없을 테고.

―「대쪽」은 어떤가. 요즘 「미스터 클린」이니, 「미스터 저스티스」니, 「미스터 프로미스」니 하면서 한창 고무돼 있는 모양이던데.

―다른 건 몰라도 「미스터 클린」은 잘못 짚은 게 아닌가 싶네. 우리가 무슨 성인군자를 뽑자는 것도 아니고, 정치인이 클린 이미지를 너무 강조하는 것은 거꾸로 정치활동을 제약하는 약점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

―아닌게 아니라 그런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 전문관료라면 청렴한 처신보다 중요한 덕목이 없겠지만 정치인은 좀 다른 것 아닌가. 워터게이트사건의 닉슨 다음에 대통령이 된 카터나, 록히드사건의 다나카(전중각영) 퇴진후 총리에 선출된 미키(삼목무부)가 그 본보기라 할 수 있겠지. 두 사람 다 도덕성과 클린 이미지를 가지고 등장했다가 사소한 스캔들에 휘말려 명예롭지 못하게 물러나지 않았나. 흰 옷이 더러움을 잘 타는 것과 같은 이치 아니겠나. 암수와 음해와 모략이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클린 이미지로는 성공하기 어려운 게 현실 아닌가.

―「대쪽」지지자들은 그보다 그의 강직한 이미지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닐까. 감사원이라는 기관이 그렇게 「쎈」 곳일 수도 있고, 국무총리라는 자리도 뜻을 펼 수 없으면 때려치울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그를 통해 선명하게 개안하지 않았나.

―「산신령」과 손 잡은 것이 괜찮았던 것 같지 않나. 「대쪽」의 긴장된 이미지를 부드럽게 감싸 안아 안심감을 주고 있지 않은가. 한은총재를 지냈으니 경제 쪽도 걱정이 없고. 현대 선진국가의 두 바퀴가 민주사회질서와 자유시장경제고, 그 핵심이 검찰과 중앙은행의 독립에 있다면, 법치주의자인 「대쪽」과 금융자치주의자인 「산신령」의 배합은 그럴듯하지 않은가.

―아주 입에 침이 마르는군. 아무리 그래봤자 2등이 무슨 소용인가. 지지도가 좀 올랐다고 해도 1위는 여전히 DJ 아닌가. 아무래도 결판은 텔레비전 3자합동토론회에서 날 것 같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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