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적으론 성공했지만 “한국의 정체성·광주성 결여” 비판목소리도 만만치 않아/전시기획·협찬선정 등 일괄적 처리시스템위한 회사체계로 조직위 정비해야「지구의 여백」을 주제로 39개국 117명의 작가, 8개 단체가 참가한 제2회광주비엔날레가 27일 88일간의 대장정을 마친다. 9월1일 개막후 90만명에 육박한 관람객, 입장수익 40억원, 13억원 흑자라는 좋은 기록을 남겼다.
하랄드 제만 등 외국의 유명 커미셔너와 게리 힐, 빌 비올라, 신디 셔먼 등 유수의 작가들이 작품을 냈다. 올 베니스 비엔날레보다도 낫다는 평가를 내리는 사람도 있다. 세계적 수준의 참가 작가와 관객의 호응, 그리고 적절한 수지타산 등 외형상 별로 흠잡을 것이 없어 보이는 전시이다.
그런데도 말이 많다. 우선 비난의 핵심은 이렇다. 전시주제인 「지구의 여백」과 「속도―물」 「공간―불」 식의 음행오행에 근거한 다섯 소주제가 도대체 어떤 연관을 갖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동양인도 잘 알지 못하는 음양오행을 외국 커미셔너에게 자의적 해석을 맡긴 결과 「혼성」전 출품작가들은 나무를, 「속도」전 작가는 물을 소재 혹은 주제로 선정한 경우가 허다했다. 몇 사람만 아는 현학적 주제였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게다가 서구 중심의 지도그리기를 비판한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제만이 선정한 속도전 출품작가 18명중 9명이 리옹 비엔날레 참가작가와 중복됐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또 윤범모(경원대 교수)씨의 지적처럼 천전(중국출신 뉴욕거주), 에릭 블라토프(러시아 출신 프랑스 거주), 루이스 캄니처(우루과이 출신 뉴욕 거주) 등 이미 서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제3세계 작가들을 선정한 것은 당초 기획의도에서 벗어난 것이다. 한국작가 선정에서도 기존 화단을 지나치게 무시했다는 비난도 만만찮다. 당연히 「한국의 아이덴티티(정체성)」와 「광주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누구의 잘못일까. 그렇다면 3회 비엔날레를 보다 유능한 커미셔너에게 맡기면 이 문제는 해결되는 것일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미술평론가 이주헌씨는 『관련 당사자나 집단의 이해가 무질서하게 얽혀들 수 있는 허술한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는다. 즉 광주비엔날레 조직위와 시립미술관의 모호한 관계, 한국인 총책임자(1회 이용우씨, 2회 이영철씨)의 취향에 따라 주최측 및 전시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는 상황이 모두 「주인없는 비엔날레」의 모순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직위원회를 「회사 체계」로 정비, 이곳에서 전시기획, 행사진행, 협찬, 후원업체 선정까지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식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비엔날레를 비난하는 평론가들의 잇단 논쟁과 심포지엄이 3회비엔날레의 「안방 마님」자리를 노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결국 「광주 비엔날레」의 「진정한 주인 찾기」는 이런 비방과 인력 낭비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시급한 과제로 남게 됐다. 광주비엔날레는 미술평론가 몇사람의 한시적 소유물이어서는 안되는, 더 큰 우리 문화의 「재산」이기 때문이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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