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제5회 국전때 심사를 마치고 주관부처인 문교부가 점심을 내는 자리(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의 어머니가 경영하던 「고려정」)에서의 일이다… 점심을 먹고 여담을 나누는데 몇마디 큰소리가 나더니 눈깜짝할 사이에 냉면을 담았던 빈 놋대접이 휙 날아갔다. 던진 사람은 소정(변관식), 맞은 사람은 심산(노수현)이었다. 괄괄한 소정이 오전 심사과정에서 심산과 다툰 일이 마음에 맺혔던지 분을 터뜨린 것이다. 심산은 눈썹 위가 찢어져 피가 줄줄 흐르고… 다른 심사위원들이 그를 차에 태우고 가서 다섯 바늘이나 꿰멨다』50년대 이당 김은호, 청전 이상범을 축으로 하는 화가들의 친소관계는 둘을 포함한 「6대가」 사이에서도 「망측한」 폭행사건을 낳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일간지와 미술잡지 미술기자로 20여년을 보낸 이규일(아트컨설팅 미술사랑 대표)씨가 낸 「화단야사2―한국미술의 명암」에는 미술계 뒷얘기가 흥미진진하다. 일반인들이야 「앞 얘기」도 낯선 판인데 뒷 얘기가 무슨 의미일까마는 이렇다 할 「정사」가 없는 미술계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자못 도움이 된다.
비방과 협잡이 난무했던 미술협회 이사장 선거, 「파벌」싸움으로 얼룩진 예술원 회원 선정, 서단의 잿밥 싸움같은 미술계의 치부, 박서보 하인두 성재휴등 우리 화단의 거목에 관한 이야기 등이 꼼꼼한 자료와 구수한 입담에 생동감 넘친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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