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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릇없는 아이들 너무 많다/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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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릇없는 아이들 너무 많다/예절

입력
1997.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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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안하고 반말은 예사/공공장소서 마구 뛰놀고 욕·폭언도 스스럼없이/“애 기죽인다” 야단 안치는 잘못된 예절교육에 무례한 아이들이 늘어난다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의 친구들이 놀다 간 뒤로 김영숙(38·주부·강남구 개포동)씨는 「요즘 아이들 버릇이 없다」는 주위의 얘기가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친구의 어머니한테 인사도 하는둥 마는둥 한 아이들은 곧장 냉장고문을 열고 먹을 것을 꺼내 먹는가 하면 이방 저방 뛰어다니는 등 남의 집이란 걸 전혀 개의치 않고 행동하는 것이었다. 요즘 어린이들의 구김없고 거리낌 없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여겨오던 그였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나 싶은 경험이었다.

회사원인 박일영(37·영등포구 대림동)씨는 어느날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는데 놀이에 몰두한 아들(초등 2년)이 자신을 본체 만체 하는 데 당혹감을 느꼈다. 저녁식사준비를 끝낸 아내의 부름에 아들은 『아빠 밥먹어』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닌가. 평소 아이의 반말에 무심했던 자신을 탓하지 않을수 없었다.

어린이의 무지라고 치부하기에는 정도가 심한 행동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휴지를 아무데나 버리거나 식당 병원등 공공장소에서 뛰어다니면서 주위를 불편하게 만드는 일은 다반사다. 어른들에 대한 공경심도 사라졌다. 존대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자신의 잘못을 나무라는 어른이나 선생님에게 꼬박꼬박 말대꾸를 하기도 한다. 부모가 누워있으면 그 위를 넘어다니거나 텔레비젼을 보고 있는데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려버리기 예사다.

말도 거칠어졌다. 최숙희(33·주부·노원구 공릉동)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딸이 『때려 패 죽여버리겠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대경실색했다. 「짱이야」 「밤새지 말란 말이야」 「까불지 말란 말이야」 등 텔레비젼이나 친구들에게서 들은 말을 집에 와 옮기는 것 정도는 애교로 여겼는데 욕이나 폭언까지 스스럼없이 하는 것을 보고 아이를 밖에 내보내기가 무섭게 여겨졌다.

요즘 아이들이 점점 거칠고 버릇없어지는 이유는 이들에 대한 예절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란 지적이 크다.

성신여대 이길표(가정관리학과) 교수는 『여러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예절은 어려서 배워야 하지만 요즘 부모들은 아이에게 「학원에 가라」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닦달을 하면서도 「인사를 잘 하라」거나 「어른을 공경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이러한 예절교육 실종의 원인으로 우리 사회의 가족구조변화를 꼽는다. 『3대가 함께 사는 예전의 대가족구조에서는 위아래질서가 분명했고 아이의 잘못을 바로 잡아줄 어른들도 많았다. 「밥상머리교육」을 통해서 가정교육이 주로 이루어졌던 예전과는 달리 요즘은 부모와 자녀가 밥상을 함께 하기 어렵게 된 것도 예절교육이 실종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영남대 유혜련(아동학과) 교수는 『자녀수가 줄어들면서 무조건 자녀를 떠받들어 키우는 점도 아이를 점점 버릇없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공공장소에서 지나치게 날뛰는 자녀를 나무라는 어른이 있으면 부모가 오히려 「아이 기죽인다」며 삿대질을 하는 것이 요즘 세태이다. 그는 『이러한 잘못된 교육은 무례한 아이를 길러낼뿐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고 갖고 싶은 것은 어떤 식으로도 손에 넣어야 하는 이기적인 아이를 길러내게 된다』고 경고한다.

한편 숙명여대 아동연구소장 서영숙(아동복지학과) 교수는 텔레비젼과 같은 매체의 영향을 지적하기도 한다. 『모방이 심한 아이들은 텔레비젼에 나오는 유행어를 흉내내거나 십대 연예인들의 무분별한 행동을 그대로 흉내내면서 거친 행동을 배운다』고 말한다.<김동선 기자>

◎일본의 어린이 예절교육/“남에게 폐 끼치지 않게” 어릴때부터 엄격 교육/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예절교육의 출발은 공손하게 인사하기

최근 큰아이가 다니고 있는 유치원에서 열린 참관교육에 참석하면서 일본의 어린이 교육에 관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은 방문한 모든 부모들에게 일일이 『오하이오 고자이마스(안녕하세요)』하고 단정하게 인사했다. 담당선생에게 『아이들이 인사를 참 잘하네요』라고 칭찬했더니 외국인에다 직업이 기자인 학부모라는 점을 의식했는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어린이 교육은 예절교육부터 시작됩니다. 어린이들이 주위사람들에게 공손하게 인사하고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하는 것을 몸에 배게하기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그 선생의 설명으로 왜 일본 어린이들이 지하철내에서 버릇없이 굴지않고 어른스럽게 앉아있는지 등 평소에 궁금하게 생각했던 점들이 자연스럽게 이해됐다.

물론 이러한 예절교육은 교육기관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일본사람들은 때로는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격하게 자식들을 키우고 있다. 인사를 안하는 아이가 인사할때까지 밥을 주지않았다거나 공공장소에서 심한 장난을 친 아이를 반성할 때까지 벽장에 가두었다는 이야기들이 미담처럼 전해지고 있다. 한 엄마는 『어릴때 버릇없이 굴면 어머니가 바늘같은 것으로 내 허벅지를 찔렀다』고 들려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처럼 「심한」 예절교육을 받고 있는 일본 어린이들이 혹시 필요 이상으로 어른스럽거나 기가 죽어 있지는 않을까 하고 「걱정」하는 것은 오산이다.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일본 아이들을 지켜보면 모두 「엄청난」 개구장이들이다. 특히 흙장난이 심한데 엄격한 교육의 스트레스(?)를 모두 풀려는지 이만저만 활발하게 노는 것이 아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아이를 일본 교육기관에 맡기면서 느낀 점은 많다. 우선 일본 사람들은 어린이들에게 자연친화의 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점이다. 유치원에서는 자신들이 가꾸고 있는 작은 농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고구마를 캐거나 주위의 작은 동물원을 찾아가 동물들을 만지게하고 먹이를 주는 등 자연과 동물에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다가서게 하고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개성을 중시하고 논리적인 생각을 키워주는 자세가 매우 인상적이다. 어린이들이 매우 논리적이고 서로를 존중하며 대화할 줄 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이때문인 것같다.

또한 인내력을 키우기 위해 겨울에도 반바지를 입게하고, 부모들이 가을 운동회에 참가하려고 「운동회 휴가」를 얻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도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일 것이다.

끝으로 지난해 겪었던 체험담 한가지. 연말 아이가 다니던 보육원의 어머니회의에서 감사의 뜻으로 보육원에 선물을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아내는 잘사는 일본 엄마들은 어떤 걸 선물할까 잔뜩 「긴장」했는데 마지막에 결정된 선물은 집에서 손으로 만든 손걸레 하나씩이었다. 보육원에서는 선물을 받고 매우 기뻐했다는 후문이다.<도쿄=김철훈 특파원>

◎인터뷰/신암초등학교 심경석 교장/“부모부터 먼저 예절교육 받아야”/어린이는 부모행동 보고 배워/효 실천해야 자녀도 부모공경

『자녀를 예의바른 어린이로 키우려면 부모부터 예절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정년퇴임을 한해 앞둔 신암초등학교 심경석(64) 교장이 42년간의 교직생활을 통해 얻은 결론이다.

어린이는 어릴때부터 부모가 하는 행동을 보고 배우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형성된 나쁜 버릇과 태도는 학교에서 아무리 가르쳐도 좀처럼 고치기 힘들다는 것도 부모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다.

그는 신암초등학교의 「어머니교실」을 예절강좌로 주로 활용한다. 한달에 한번씩 열리는 어머니교실에서 다른 학교에서 하듯이 꽃꽂이나 수예 등 취미교양강좌를 개최하는 대신 노부모 공경하기 고운 말쓰기 공공질서지키기 등 예절을 가르친다.

『부모들이 스스로 효를 실천해야 자녀들도 부모를 공경하게 됩니다. 이웃에게 인사를 잘 하는 부모의 자녀가 인사성이 밝죠. 가족나들이때 부모가 휴지를 줍는 것을 보고 자란 자녀가 자기 주변을 정리할줄 압니다』 그가 부모들에게 하는 잔소리다.

숙제도 나간다. 예절교육과 관련된 도서의 목록을 나눠주고 읽어오게 하는 것. 필독서 목록에는 그가 부모들을 대상으로 쓴 「부모는 기름진 밭이 되어라」 「1학년부터 바르게 키워야 한다」도 들어있다. 5월 「어버이날」에는 학부모 100쌍을 초청해 부모교육캠프를 열었다. 자녀교육에서 아버지의 역할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에 특별히 마련한 자리였다.

그가 「아이를 보면 부모를 짐작할 수 있다」는 생각을 굳히게 된 것은 교사시절 어떤 어린이의 가정을 방문했을 때였다. 평소 문을 발로 차는 습관이 있던 그 아이의 어머니는 선생님에게 대접할 차와 과일을 들고 발로 문을 밀며 들어서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생이 친구에게 『육갑잔치하네』라는 욕을 하길래 깜짝 놀라 『어디에서 그런 말을 배웠냐』고 물었다가 『아빠가 엄마한테 하는 말』이라는 웃지 못할 대답을 들었던 기억도 있다.

『예전에는 부모들이 자녀에게 올바른 모범을 보이기 위해 부부간에 존대말을 쓰는 것은 물론 자녀에게도 존대말을 썼고 갓난 아기의 머리맡도 함부로 넘어다니지 않을 정도로 행동을 조심했다』고 전하는 그는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일 것을 강조한다.<김동선 기자>

▷자녀에게 장난감을 사줄때 명심해야 할 사실◁

1. 아이를 위해 무언가 사 줄 여유가 있다는 것은 꼭 사 주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2. 장난감을 받으면서 감사하다고 말하지 않는 아이는 곧 그것을 버린다.

3. 아이의 세 돌 생일에 오디오를 사준다면 아이가 펑크족이 되는 것도 불평하지 말아야 한다.

4.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항상 주는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버릇이 없다고 불평해서는 안된다.<미국의 자녀교육전문가 프레드 g. 고스만의 책 「아이를 단순하게 키워라」(현암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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