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한 해풍맞으며 낙산해수욕장 4㎞ 백사장 산책/의상대·절벽위 홍련암거쳐 낙산사 둘러본후 지친다리 해수사우나로 풀면 세상 찌든때 싹 가시는듯철지난 바닷가를 혼자 걷는다/ 달빛은 모래 위에 가득하고/ 불어오는 바람은 싱그러운데/ 어깨 위에 쌓이는 당신의 손길/ 그것은 소리없는 사랑의 노래/ 옛일을 생각하며 혼자 듣는다.
고래를 잡으러 동해로 가자며 한껏 목청을 돋우던 「피리부는 사나이」 송창식도 겨울바다 앞에선 이렇게 담백해진다.
사람의 마음처럼 변덕스러운 것은 없다. 천하의 절경이라도 때가 지나면 사람의 발길은 한동안 멈춘다. 그러나 마음을 열고 바라보면 철지난 바닷가, 인적이 끊긴 쓸쓸함이 오히려 우리의 마음을 잡아당긴다.
초겨울 문턱에서 찾은 낙산해수욕장은 결코 쓸쓸하지만은 않다. 소나무 숲을 지나 탁 트인 바다에 이르자 일상에 찌든 마음이 어느새 확 트인다. 낙산해수욕장의 백사장은 폭 150m에 길이가 4㎞에 이른다. 해안선을 따라 걷다보면 한시간이 훌쩍 지난다.
해풍에 차가워진 볼을 식히며 낙산사로 향한다. 설악의 줄기가 바다로 달려오다 잠시 숨을 멈춘 오봉산 자락에 자리잡은 낙산사는 보석같은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신라 문무왕 16년(670년) 의상대사가 세운 고찰이다. 낙산사 후문에서 홍련암과 의상대로 발걸음을 옮긴다. 의상대는 동해안에서 가장 멋진 일출을 볼 수 있는 곳. 1926년 만해 한용운이 낙산사에 머물 때 세웠다. 정자에 올라 망망대해를 바라보면 저절로 시상이 떠오른다. 의상대에서 북쪽으로 보이는 절벽 위에 다소곳이 올라앉은 홍련암은 의상대사가 관음보살을 친견했다는 석굴 위에 세워졌다. 거친 파도도 홍련암에 이르면 잠시 숨을 죽인다. 홍련암을 나와 의상대를 지나서 의상대사 부도비와 보타전을 거쳐 포장길을 따라오르면 해수관음상이 나온다. 높이 16m의 해수관음상은 높이로 보자면 동양 최대를 자랑한다. 십리밖에서도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관음보살의 자애로움도 그처럼 넓고 그윽하다.
범종각과 원통보전이 있는 경내에는 정갈하게 꾸며진 정원과 칠층석탑이 있다. 원통보전을 둘러싸고 있는 담장은 암키와와 흙을 교대로 다지고 사이사이 화강암을 동그랗게 다듬어 별꽃무늬로 만들었다. 흙과 기와와 돌이 한데 어울려 소박한 멋을 전한다. 낙산사를 제대로 돌아보려면 한 시간은 족히 걸린다. 팍팍해진 다리를 낙산비치 호텔의 해수사우나로 풀어본다. 해수사우나는 바닷물을 섭씨 40도 이상으로 데워 목욕이나 찜질을 하는 것. 바닷물에 녹아 있는 미네랄, 염화나트륨 및 마그네슘이 몸 속으로 흡수돼 신경통과 관절염, 당뇨병에 치료 및 예방효과가 있으며 혈액순환 장애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호텔투숙객은 3,000원, 일반인은 5,0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해수사우나를 끝내고 나오면 어느새 주위는 어둑어둑해져 있다. 밤바다는 또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어둠 속에 들려오는 파도소리는 귓가에서 더 깊은 공명을 일으킨다. 꼭 붙어선 채 전봇대처럼 서있는 연인들. 아이를 무등에 태우고 밤바다 산책에 나선 가족도 눈에 띈다. 그들에게 겨울바다는 포근하기만하다.
낙산해수욕장에는 민박과 모텔, 호텔 등 숙박시설이 많다. 낙산비치호텔(0396―672―4000), 낙산유스호스텔(0396―672―3416), 비치하우스모텔(0396―672―2888), 그린비치리조트(0396―672―3511), 낙산여관(0396―671―4181), 포시즌리조텔(0396―672―0571), 동신모텔(0396―672―0182) 등이 있으며 민박을 겸하는 횟집도 많다. 서울에서 6번 국도를 타고 양평을 지나 44번 국도로 접어들어 원통에 이르러 한계령을 넘어 양양에 이른다. 원통―한계령 구간이 밀릴 경우 원통에서 인제방면으로 달리다 쌍다리휴게소에서 좌회전한 뒤 10㎞를 더 가서 한계령휴게소 바로 밑으로 진입하는 방법이 있다. 여기서 우회전해 한계령을 내려가면 양양 시가지가 나온다. 양양시가지를 통과해 직진하면 10분거리에 있다. 고속버스를 이용할 경우 동서울터미널에서 속초행이나 양양행 버스를 탄다. 속초, 양양에서 시외버스가 있다.<낙산=김미경 기자>낙산=김미경>
◎회를 싸게 먹으려면/전진·물치·대포항 등 난전횟집/1만원짜리 광어회가 푸짐
바다냄새와 파도소리, 싱싱한 회. 바닷가 주변의 난전횟집을 찾아보자. 마을 단위로 운영하는 어촌계에서 현지 어민들이 갓 잡아올린 고기를 판매하기 때문에 값싸고 싱싱하다.
낙산 해수욕장 북쪽 끝에서 낙산비치호텔로 올라가지 말고 바다쪽으로 나가면 해경초소가 나온다. 이곳을 돌아 100m쯤 들어가면 전진항이 나온다. 전진항에는 전진리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횟집 10여곳이 늘어서 있다. 싱싱한 자연산 광어, 우럭, 도다리회를 값싸게 먹을 수 있다. 1만원짜리 광어회 한접시도 양이 푸짐하다. 광어회는 이 일대에서 가장 값이 싸다고 알려져 있다. 조개탄에 구워먹는 가리비, 명지조개 구이도 동해안에서나 맛볼 수 있는 별미. 석쇠 위에 올려놓은 조개들이 노릿노릿하게 익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 한접시에 1만원으로 조금 비싸다. 이곳 사람들은 가리비를 직접 사서 번개탄에 구워 먹기도 한다. 군사지역이라 해가 지면 철시를 한다.
낙산 해수욕장에서 7번 국도를 따라 속초 방향으로 10분 거리에 있는 물치항의 활어타운도 전진항과 함께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 피서철에 한시적으로 운영하다 찾는 사람들이 많아 최근에는 연중 개설하고 있다. 대규모 주차장도 마련돼 있다.
물치항에서 2.5㎞쯤 거리에 있는 대포항을 따라 길게 늘어선 횟집은 서울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주말이면 서울의 남대문시장을 방불케할 정도로 사람들로 북적댄다. 난전 횟집에서 생선을 골라 회를 쳐서 방파제에 올라가 먹어도 좋고 박스에 담아 포장해갈 수도 있다. 대포항 앞바다에서 매일 잡아올린 오징어 15마리를 1만2,000원에 살 수 있다. 새우, 멍게, 해삼 등도 즉석에서 요리해준다. 야채, 고추장은 따로 사야한다. 건어물 판매장에서 파는 마른 오징어, 황태, 명태 등도 비교적 싸다.
속초 시내의 재래시장인 중앙시장 지하횟집도 값싸게 회를 먹을 수 있는 곳. 조개탕이 따라 나온다. 장사동 횟집촌도 싱싱한 회를 즐길 수 있는 곳. 대청횟집 (0392―32―4400)이 유명하다.
◎맛있는 집·분위기 좋은 카페/7번국도변 이국풍의 카페 즐비
낙산비치호텔에서 해수사우나를 즐기고 바닷바람에 뜨거워진 몸을 식히며 해변쪽으로 5분쯤 걷다보면 낙산 5호집(0396―672―4400)에 이른다. 낙산 5호집은 인근 연안에서 갓 잡아올린 전복에 참기름으로 볶은 쌀을 넣고 끓이는 전복죽(1만원)이 별미. 속 푸는 해장에도 좋고 건강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광어회를 비롯, 각종 회도 판매한다. 낙산사 입구에서 길 건너편 광석리 마을쪽으로 1㎞쯤 들어가면 예산집(0396―671―5558)이 나온다. 장어구이만 15년간 해온 이 집은 독특한 양념이 맛의 비결. 장어구이(3인분) 4만원. 토종닭백숙(3인분)은 3만원인데 찰밥을 넣고 고는 것이 특이하다. 민박도 겸하고 있다.
낙산사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인 속초 공항 근처 실로암막국수(0396―671―5547)도 맛있기로 소문난 곳. 김정수(61) 할머니가 30년째 막국수를 말아내놓고 있다. 홍천에서 난 메밀로 직접 국수를 뽑는다. 집에서 쑨 모두부도 별미. 막국수 3,500원. 편육 1만원. 모두부 3천원. 일요일에는 쉰다.
낙산사에서 속초에 이르는 7번 국도 주변에는 바다가 보이는 분위기있는 카페가 많다. 낙산해수욕장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설악해수욕장의 커피하우스 사티로스(0396―671―0706)는 그리스풍의 이국적인 실내장식이 특징. 커피는 3,000원. 칵테일은 5,000원. 물치항이 내려다보이는 소금(0396―671―0140)의 실내는 흰색과 초록색이 어우러진 편안한 분위기. 식사는 쇠고기 덮밥, 오징어 덮밥(후식포함)이 7,000원. 대포항 입구에 있는 마트로제(0392―635―1465)는 바다로 시원하게 나있는 창밖으로 보이는 노을이 아름다운 곳. 실내에 쪽배를 놓아 포구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커피 3,500원. 칵테일 5,000원.<김미경 기자>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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