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 부패누적 한국경제 위기초래/OECD 협약 계기 국민희생 없어져야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오랫동안 논란을 벌여온 「국제뇌물방지협약」이 최근 타결되었다. 회원국의 기업이나 개인은 외국의 공직자에게 뇌물을 제공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뇌물제공자의 국가간 인도도 가능하다. 뇌물제공기업은 정부조달 및 입찰에 제한조치를 받으며, 뇌물제공액의 손비인정이 금지되고, 회계기준이 강화된다.
29개 OECD회원국과 5개 비회원국 등 34개국이 합의한 바에 의하면 외국공무원의 범위에 국회의원과 공기업의 임직원이 포함된다. 반면 정당 및 정당 당직자는 제외되며, 공직자 후보 예컨대 대통령후보에 대하여는 계속 논의하기로 하고 결정을 미루었다.
이 뇌물방지협약은 내달 17일 OECD각료회의에서 서명식을 가지며, 각 회원국의 비준절차를 거쳐 내년 중에 발효될 전망이다. 각 회원국은 이런 처벌규정을 기존 법률에 추가하거나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국회는 이 국제협약을 비준하고, 그 내용에 맞게 국내법을 새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뇌물방지협약이 발효되면 우리나라에 불리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후진국에서 수주하는 건설공사가 적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에서이다. 단기적으로 그런 측면이 있으리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으나, 장기적으로는 불리할 게 없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기업이 어느 후진국 공직자에게 뇌물을 주고 공사낙찰을 받아 성수대교 같은 부실공사를 하였다고 상정해보자. 당장 얼마의 이득이 있을 지는 모르지만 부실공사로 판명되는 경우,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앞으로 그 나라에서는 공사를 따내기 힘들 것이다.
사실은 지난 몇년간 부실공사로 외국이 아닌 국내에서 대형참사가 여러번 있었고, 그것이 해외공사의 수주에까지 악영향을 끼쳤었다. 전직대통령 두 사람의 비자금사건에는 거의 모든 재벌이 연루되어 한국기업의 대외 이미지도 나빠졌다. 그런 형편이니 OECD의 이번 뇌물방지협약이 없었다 하더라도 국내법체계를 정비하여 국내와 국외에서 공직자에게 뇌물을 주는 행위를 엄격하게 처벌했어야 마땅하였다.
미국에서는 대형참사나 비자금사건이 없었어도 70년대 중반 록히드 스캔들을 계기로 해외부패방지법을 제정, 시행하여 왔는데 한국은 외국공직자는 커녕 아직까지도 국내 공직자에 대한 뇌물수수조차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특히 OECD에서 합의한 사항중에는 뇌물을 받은 쪽과 준 쪽이 모두 형사처벌을 받도록 되어 있어, 국내 형법체계도 이번 기회에 바꾸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가 우수한 인력과 높은 저축률을 갖추고도 IMF에 손을 벌려야 하는 위치로 추락한 것도 따지고 보면 부패가 중요한 이유라 할 것이다. 정경유착으로 인한 율곡사업이나 경부고속전철 등 대규모 공공사업의 부실화는 투자의 효율성을 낮추고 투자액수를 과다하게 높인다. 뇌물이 공사금액의 10%이면 투자액도 그만큼 늘어난다. 한국의 투자율이 35%이고, 그 중에 10%가 뇌물이라면 GNP의 3.5%만큼 뇌물을 위해 저축을 더 하여야 하는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는 국가재정이 균형을 이룬 경우 투자액에서 저축액을 뺀 금액과 같아진다. 이렇게 따져보면, 올해 우리나라 경상적자 140억달러는 GNP의 3%정도이므로, 뇌물로 인한 거품투자가 없었다면 경상수지가 균형을 이룰 수도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어찌 올해만의 일이겠는가. 결국 지난 30여년간 부패가 누적되어 총외채가 1,100억달러에 달하고, 그것은 결국 대부분이 부패공직자와 부패기업인의 사유재산으로 둔갑한 셈이다.
이와 관련하여 OECD가 지난 5월 발표한 다음 내용을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뇌물은 경쟁을 가로막고, 국제교역을 왜곡하며, 소비자와 납세자에게 불이익을 주고, 정직하고 효율적인 기업들이 계약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생산활동에 지장을 주며 기업의 이익획득에도 큰 장애를 준다」 「부패는 특히 개발도상국에 나쁜 영향을 준다. 소수 집권엘리트만 살찌우고 국민에게 부실건축물과 엉터리 상품만 안기게 된다」 바로 우리나라가 부패로 국민이 피해를 본 대표적 개도국이 아니겠는가.
미국을 비롯하여 상대적으로 깨끗한 나라들의 주도로 국제협약까지 마련된 마당이니, 이제 국내의 부패세력은 경제난의 책임을 선량한 기업과 국민에게 돌리지 말고, 또한 깨끗한 경제체제를 만드는데 방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경제학>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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