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국에 다녀올 일이 있어서 좋은 양주를 사러 가게에 들렀다가 허탕친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좋은 술은 팔리지 않기 때문에 갖다놓지 않는다는 얘기였어요. 오히려 한국에 가서 이름도 모르는 비싼 술을 대접받았습니다』25일 워싱턴의 한 음식점. 「모국경제 살리기운동」을 출범시키기 위해 모인 교민대표들은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들을 털어 놓았다. 연말연시 한국의 가족에게 보낼 선물을 달러로 대신하자고 결의한 교민들은 너무 일찌감치 샴페인을 터뜨린 고국에 대한 충고를 빼놓지 않았다. 지난 수년간 미국에 온 일부 여행객, 유학생들의 흥청거리는 소비행태를 지켜보며 괴리감을 느꼈던 교민들은 고국이 보였던 오만함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5,000달러인 미국인들이 1만달러 소득의 한국인보다 훨씬 검소하다는 것이 교민들의 눈에 비친 한국경제의 문제점이었다.
한 교민은 『한국에서 대학에 못들어가 미국에 건너온 유학생들이 고급외제차를 타고 술집에서 돈을 뿌리는 등 흥청망청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정부가 이런 사치성 유학을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교민은 『국가적으로는 위기이지만 일부 국민은 교포를 더 가난하게 생각한다』면서 『국민 스스로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미 행정부에 근무하는 한 경제학 박사는 『교포가 돕는다고 해서 얼마나 도울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런 조그만 정성이 기업과 국민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물론 이날 모임은 한국을 비판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어떻게 한국경제를 도울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더 많았다. 모국상품 애용운동, 관광객의 한국내 유치, 한국내 각종 투자활성화 등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속출했다.
다만 교민들은 모국돕기의 행동지침을 결의하면서 「모국 국민에게 권하는 말씀」을 채택했다. 무분별한 해외여행 및 외화낭비, 사치성 유학, 호화소비재수입 등 분에 넘치는 과소비를 경계하자는 뼈아픈 충고였다.<워싱턴>워싱턴>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