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돼야 경제 살아나” 삼구동성/이회창조순 총재 큰 힘 정책대안 제시 활발/김대중지식·경험 겸비 ‘DJT 최상콤비’ 홍보/이인제젊은 패기 앞세워 민생현장 누비기각 후보들이 「경제대통령」 이미지 부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덕목으로 단연 경제난 해결능력이 꼽히기 때문에 세 후보는 앞다퉈 경제현장 방문, 경제인들과의 대화, 경제정책 제시 등을 통해 저마다 경제대통령임을 자처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경제 전문가인 조순 총재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함께 경제현장을 순방하거나 경제관련 합동 기자회견을 통해 경제후보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이후보는 조총재를 위원장으로 하고 초당적 인사들로 구성되는 「경제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밝힌 뒤 앞으로도 조총재와 함께 각종 민생 경제현장을 차례로 순방하며 경제 공약을 제시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조체제의 효과를 극대화 시켜 경제살리기에 대한 대통령 후보로서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또 이후보는 공식일정에 경제현장 방문을 통한 대책제시를 빼놓지 않는다. 근로자들의 애로를 듣고 항상 이와 관련한 대책을 즉석에서 쏟아내 경제난 해결사의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기아자동차 공장방문을 시작으로 중소기업, 영세공장, 공업단지 등을 방문, 크고 작은 대안을 제시했던 이후보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그리는 21세기 한국은 강력한 경제력을 지닌 선진통일한국』이라며 『유망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집중육성, 300만명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밝혀 본격적인 경제대통령으로서의 시동을 걸었다.
경제문제에 대한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의 접근방식은 「준비된 대통령」이란 슬로건에 맞춰져 있다. 김총재는 3당후보 경제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제안할 정도로 경제문제에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각종 토론회에서 경제관련 수치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며 경제마인드를 과시하기도 했으며 젊은 시절 회사경영 경험과 국회 재무위 위원 활동 경력을 한층 부각시키고 있다.
더구나 자민련 박태준 총재와의 연대이후에는 더욱 활발하게 경제문제에 나섰다. 박총재와 연대이후 첫 행사로 기아자동차 공장을 방문한 것도 경제회생을 위해서는 민주화세력과 근대화세력이 연대한 DJT가 최선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양당 합동 당원단합대회를 아예 「경제살리기대회」로 이름붙이며 「DJT=경제살리기」란 등식을 각인시키느라 분주하다.
김후보는 이밖에도 저서인 「대중참여경제론」 증보판과 「21세기 시민경제이야기」 등의 출판기념회를 개최해 경제대통령 이미지를 한껏 높이고 있다.
이인제 후보의 국민신당은 「정책정당」과 「젊은 후보」 이미지를 부각하는데 온 신경을 쓰고 있다.
정식 창당하기 전인 지난달 25일 환율위기에 대한 대책을 내놓은 이래 금융대란 방지책, 증권시장 안정책, 벤처기업 육성책 등을 발표했으며 지난 13일에는 「2002년 세계정보통신 5대 강국 도약」이라는 주제의 경제공약을 발표하는 등 정책정당으로서의 기치를 올리고 있다. 이후보도 각종 행사 때마다 「젊음」을 강조하며 산적한 경제난 해결을 위해서는 젊고 패기에 찬 「일꾼」이 대통령으로서 적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후보는 또 경제와 청렴이미지를 동시에 높이겠다는 의도로 전용버스로 전국을 누비는 「버스투어―경제살리기」를 시작했다. 부도위기인 경제현실을 감안, 돈안드는 깨끗한 선거를 실천한다는 의지표명과 버스투어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민생에 대한 토론과 대안제시로 경제대통령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일석이조」의 전략을 펴고 있다.<염영남 기자>염영남>
◎세 후보 경제참모는?/이회창전 KDI 부원장 남상우씨 자문역·정재석 전 부총리 등 조언그룹/김대중김원길·장재식 의원 핵심브레인 3·5·6공 경제관료 대거참여/이인제문민경제 핵심 한이헌씨 필두로 홍재형·이계익씨 그림자 보좌
차기 정부 경제팀은 어떻게 구성될까. 모시던 후보가 당선되면 곧바로 중책에 임용되는 전례에 비춰 선거결과에 따라 각 후보들의 경제참모진이 차기 정권 경제팀에 등용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경제팀에서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원장출신의 남상우 경제특보가 지근거리에서 자문역을 맡고 있다. 또 서상목 의원(전 복지부장관)과 서의원이 이끄는 21세기연구원 허경회 박사가 실무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경선 이전부터 이후보를 도와온 이마빌딩팀 멤버인 박세훈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미국 듀크대 경제학박사) 등 소장학자가 이후보의 경제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밖에 이후보의 동생인 이회성(에너지경제연구원 고문)씨와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정재석 전 경제부총리 등이 막후 조언그룹으로 이회창식 경제의 줄기를 잡아가고 있다. 민주당과의 합당으로 선거운동 전면에 나서게 된 경제전문가 조순 총재는 이들 이상의 기능을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의 핵심브레인은 대한전선부사장과 중앙증권일보 사장 출신 김원길 정책위의장, 국세청 차장과 주택은행장을 역임한 장재식 의원을 중심으로 한 10여명의 대학교수 경제연구소 연구원들이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자문역에는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이종훈 중앙대 총장과 6공 경제수석과 건설부장관을 지낸 박승 교수 등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DJT연대로 자민련 박태준 총재와 3공 재무장관 출신인 자민련 김용환 부총재, 5공 과기처장관 출신인 이태섭 부총재의 역할도 커지게 됐다.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의 경제팀은 한이헌 정책위의장을 필두로 구성된다. 현 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장과 경제기획원차관, 경제수석 등 요직을 두루 거친 한의장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후보의 경제참모중 사령탑 역할을 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장과 외환은행장, 재무·경제기획원 장관과 재정경제원 장관을 역임한 홍재형 최고위원과 교통부장관 출신의 이계익 경제특보도 이후보가 경제단체와 민생현장을 방문할 때 마다 그림자처럼 수행하며 이후보의 현장 경제코치를 자임하고 있다. 이밖에 오갑수 정책총괄단장을 중심으로 서승환 연세대 교수, 심지홍 단국대 교수, 정기웅 계명대 교수 등이 경제분야 공약개발에 적극적으로 돕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각 후보의 경제참모진에게서 차별성을 찾을 수가 없다는 것. 경제이념이나 정책방향에 큰 차이가 없어 경제공약이 벌써부터 비슷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염영남 기자>염영남>
◎선진국 ‘호황은 재집권’/클린턴 부부 숱한 스캔들 불구 탄탄한 미국경제력 덕분에 재선
선진국에서는 경제가 선거의 대세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선거 전 분기의 경제성장률, 실업률, 물가상승률 등 체감 경제지표는 선거 결과를 예보하는 바로미터다.
그래서 호황은 여당의 재집권, 불황은 실권을 의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70년대 세계 경제가 불황이었을 때 미국 영국 서독 등에서는 정권교체가 잇따랐다. 미국의 레이건, 영국의 대처, 서독의 콜, 프랑스의 미테랑, 일본의 나카소네 등 주요 지도자들이 장기 집권했던 80년대에 세계 경제는 안정 속에서 고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지난해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 것은 경제 치적 덕분이었다. 클린턴 부부를 둘러싼 끊이지 않는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제지표들은 일제히 「양호함」을 가리켰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에 달했고, 인플레이션은 2.5% 대에 머물렀다. 실업률도 25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과 같이 덩치가 큰 경제대국으로서는 기적에 가까운 성과에 국민들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선거 직후 미국의 언론기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에서도 미국 국민들이 지도자를 평가한 기준이 「경제」였음이 드러났다. 조사대상의 73%가 후보의 성격이나 인물보다 경제와 일자리가 더 중요하다고 답했고, 후보를 평가하는 기준도 대외정책이나 사회복지 등 다른 어떤 것보다 경제정책이 우선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6월 프랑스 총선에서도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그대로 반영됐다. 대선 때 시라크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업을 감소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년이 지난 총선 직전, 실업률은 12.8%에 달했고 정경유착과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시라크 대통령은 국영기업의 금융부조리 처벌, 실업대책 등 선심성 공약을 쏟아냈으나 국민들은 냉담했다. 결과는 좌파연합의 승리. 경제 실패는 곧 실권을 의미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와 선거의 상관관계가 선진국처럼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92년 14대 대선 때 경제 지표는 불황의 징후를 심각하게 드러내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집권당 후보였던 김영삼이 당선됐다. 우리나라의 유권자들은 얼어붙은 경제 지표나 실책에 대한 심판보다 개인적인 선호도나 지역감정 등 다른 요인을 더 중요시했다는 뜻이다.<김경화 기자>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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