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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대통령이 나와야 한다

입력
1997.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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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 위기를 맞아 누가 회생수술을 맡을 것인가/화려한 구호보다는 내실을 다질 수 있는 경제대통령이 바로 지금 필요하다비상이다. 「국가부도」 위기라는 생소한 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망신이다. 잘 나가던 우리 경제가 끝내 국제사회의 「법정 관리」 를 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그러나 비상타령, 망신한탄만 하고 있을 때인가? 아니다. 하루가 무섭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이 지경으로 만든 사람들을 원망하고 응당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살려야 한다. 살려내야 한다. 그렇다면 누가 수술을 집도할 것인가? 메스를 들 사람은 「경제대통령」 뿐이다. 문민정부 아래에서 우리는 최고통치권자의 잘못된 「갱제학 개론」을 읽었다. 과거의 전철을 다시 밟을 수는 없다. 「정권은 짧지만 경제는 길다」는 신조를 가진 대통령, 그래서 집권 기간의 「수치」 에만 연연하지 않는 대통령, 화려한 외치보다 단단한 내실을 다지는 대통령, 정치식솔보다 국민의 밥상을 걱정하는 대통령, 국민 고통 분담을 진정으로 호소하고 스스로 동참하는 그런 대통령이 필요하다.

그러나 선택은 쉽지 않다. 선거일이 가까워 올수록 후보들의 경제공약은 서로 닮아가면서 특징을 잃고 있다. 선거공약이 경제학 교과서처럼 들리고 그나마 눈에 띄는 것도 실현 가능성에 의혹이 간다. 더욱이 3명의 후보들이 수많은 정치식솔들을 무슨 돈으로 먹여 살리는가도 선명하지 않다. 후보의 투명하지 않은 재원조달 관행은 재임 중 정경유착으로 귀결된다. 대쪽 같던 법조인이, 평생 정치만 한 사람이, 정치 초년병이 도대체 어떻게 저 거대한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 지 의문이다.

「경제대통령」의 자질을 완벽하게 검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위기의 배경과 본질을 명확히 파악하고 현실적인 정책과 비전, 경제철학을 제시하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무엇보다 인기 위주의 경제공약을 남발하고 경제를 정치게임의 노예로 만들 여지가 있는 후보를 걸러내야 한다. 대통령을 뽑는 일이 지역감정이나 정치꾼들의 술수에 의해 흔들릴 때 무너진 경제는 어떤 수술로도 회생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정치대통령」을 뽑는 일에만 익숙했다. 그 결과는 「국가부도」 위기라는 오늘 우리의 자화상이다. 이제는 「경제대통령」 이 나와야만 한다.<조재우 기자>

◎세 후보의 경제관/이회창 후보­“민간주도로 완전히 전환” 고전적 자유주의에 근접/김대중 후보­“급변하는 좋은 정책보단 안정적인 차선책이 낫다”/이인제 후보­“국가운영도 경영의 시대” 민간자율 극대화에 핵심

15대 대선에 출마한 3당후보가 갖고 있는 경제관과 현재의 경제위기에 대한 인식은 수차례 이어진 토론회와 각종 강연회를 통해 대체적인 윤곽이 드러났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고전적 자유주의 경제론에 가까운 경제관을 갖고 있다. 정부규제를 최소화하고 시장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 평소 소신이며 줄곧 『경제를 민간 주도로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대기업의 신규사업 진출에 대해서도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간섭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삼성자동차는 사업허가가 나고 현대의 제철산업이 허가가 안난 것은 문제가 있다』 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 경제위기의 원인은 국제무역체제에 대한 대처부족과 고비용·저효율구조에서 찾았다. 하지만 지난 7월 토론회에서 『문민정부가 경제를 망쳐버린 장본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현재의 상황은 6공부터 이어진 경제위기 상황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비용의 한 원인인 임금문제에 대해서는 『현재의 임금을 깎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며 다만 생산성 증가보다 임금을 더 줘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후보는 대기업부도·금융시장위기 등 경제현안에 대해서는 정부의 개입을 중요시하는 입장을 취했다. 기아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의 적극지원에 무게를 뒀다. 『시장실패 현상이 일어날때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인 예. 이러한 입장은 타당후보로부터 『표를 의식한 정치적 해결법에 지나지 않고 현정부의 경제논리와 다를 것이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는 『경제라는 것은 좋은 정책이 급변하는 것보다 조금 덜 좋은 정책이라도 안정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경제관을 피력한다. 『경제문제는 충격요법보다는 지속적인 금리완화와 기업투자의욕 고취 등 경제논리로 순조롭게 풀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후보는 현재의 경제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하면서도 『성장률 물가수준 저축 등 경제지표가 아직 건실하고 국민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할 수 있어 극복 가능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철저한 안정정책과 기술발전지원 등을 기반으로 우리 경제를 세계 5강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한 자신감도 이러한 긍정적인 인식에서 비롯됐다.

김후보는 『재벌이 근대화에 공헌한 점은 인정하지만 정경유착 토지투기 등 부정적인 면도 많다』고 비판하면서도 『그러나 과거 잘못을 추궁하기 보다는 같은 실수를 반복않도록 경제논리로 다뤄야 한다』고 말해왔다. 기업의 신규사업 진출에 대해서는 『사업을 확장할때 자기자본을 충분히 갖고 시작하면 문제가 없지만 은행돈을 얻는다면 국민경제 전체에 영향을 준다』면서 정부의 감시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서 『김후보의 해박한 경제인식이 실제 경제정책과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라는 회의론을 제기하는 것은 눈여겨볼 대목. 30여년간 기업활동과 소득과 자원 분배 등의 분야에서 왜곡되기만 한 경제구조가 단시일내에 고쳐질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는 최근 토론회에서 『국가운영에 있어서도 통치의 시대가 아니라 경영의 시대가 왔다』는 말로 경제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다. 이후보 경제관은 핵심이 민간자율의 극대화에 있고 『기아사태 등 대형경제위기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점에서 이회창 후보와 비슷한 견해를 지녔다.

재벌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의 영역을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는 것은 더욱 규제해야 하지만 새 영역에 진입하거나 변신하려는 노력은 금융권이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보는 재벌의 은행소유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노동부장관시절 무노동 부분임금과 노조의 경영참여에 대한 입장표명으로 재계와 불편한 관계를 가졌던 이후보는 『지금은 그때와는 노사관계가 많이 변했고 노조의 경영참여가 부분적으로는 허용이 가능하리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후보는 벤처기업 육성과 경제지표 건실화 등을 주요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재원확보와 실천각론에 대한 제시가 부족하다는 것이 다른 후보측의 지적이다.<이상연 기자>

◎차기대통령의 우선과제/비전·장기대책이 필요/정부·기업·금융 구조조정/고비용 경제구조 타파/국가신뢰도 회복 시급

대기업 연쇄부도와 외환위기로 좌초위기에 빠진 한국경제. 사태를 책임져야 할 김영삼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3개월. 근본적인 사태해결은 차기 정권의 몫일 수 밖에 없다.

경제난국속에 들어서게 될 차기 대통령의 우선적인 경제과제는 무엇일까.

대선후보들이 내세우고 있는 경제난 극복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경제비전과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단기처방도 중요하지만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는 잘못된 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장기대책을 마련하는 일이라는 것.

특히 정부와 기업, 금융부문의 강도높은 구조조정은 핵심적인 과제다. 현재 한국경제의 위기는 정부―재벌―금융의 구조적인 유착이 근본원인.

따라서 금융개혁과 정부조직 축소 등을 통해 관치금융과 규제를 타파하고 기업들의 무분별한 확장과 부실한 차입경영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실련 유종성 사무총장은 『금융개혁과 부실기업 정리, 정부조직 감축을 통해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며 『기업의 중복과잉투자와 문어발식 확장 등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 독립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경제연구원 권순우 수석연구위원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규모 실업사태 등 상당한 혼란이 뒤따를 것이지만 감내해야 할 고통』이라고 말했다.

국제경쟁력 약화의 원인이 돼 온 고비용 경제구조를 깨는 것도 중요하다. 서울대 경영학과 곽수일 교수는 『차기정부의 핵심과제는 고금리와 고임금, 높은 지가와 물류비용으로 대표되는 고비용 경제구조를 혁파하는 것』이라며 『기업구조 조정을 통해 기업의 무분별한 자금수요를 억제하고 파견근무제와 임시고용제 등을 확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고 강조했다.

국가신뢰도 회복도 주요한 과제. 대기업 연쇄부도와 외환위기, 금융부실로 인해 한국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진 상태. 따라서 외채 상환능력을 높이고 경상수지 적자폭을 최대한 줄임으로써 위기상황을 반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으로 인한 내정간섭과 국익손상 등 부작용도 최소화해야 한다.<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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