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야마이치 사장의 눈물/김철훈(특파원 리포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야마이치 사장의 눈물/김철훈(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7.11.26 00:00
0 0

『우리 사원들이 다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모두 도와주십시오』24일 경영난으로 자진 폐업을 신청한 노자와 쇼헤이(야택정평) 야마이치(산일)증권 사장은 기자회견 말미에 끝내 눈물을 흘리며 절규했다.

『모든 것이 우리 간부들 책임입니다. 사원들과 그들의 가족을 생각하면 견딜 수 없습니다. 사원들은 모두 선량하고 능력도 있습니다. 단 한명이라도 다시 일할 수 있도록 힘을 빌려주십시오. 부탁합니다』

울부짖음에 가까운 그의 호소는 회견장을 꽉 메운 기자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노자와씨가 야마이치증권의 사장으로 취임한 것은 불과 3개월전이다. 야마이치증권이 총회꾼에 대해 불법적인 이익공여를 해온 사실이 드러나 경영진의 대폭적인 수술이 있은 직후였다. 이후 회사의 재건을 위해 전력을 기울여 온 그는 최근 숨겨져 왔던 불법적인 거액의 장부외 부채가 다시 발각됨으로써 자진해서 폐업을 신청하게 된 것이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일본 4대 증권사의 하나로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증권사의 문을 닫는 장본인이 된데 대해 『단장의 아픔을 느낀다』고 했다. 그리고 앞이 깜깜해진 사원들의 장래에 생각이 미치자 죄책감에 자신을 주체하지 못했다.

노자와 사장의 이같은 호소에도 불구하고 야마이치 사원들의 장래는 절망적이기만 하다. 7,500여명의 야마이치 사원은 내년 2월 모두 해고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일본 증권업계가 이들을 받아들일 여지는 없다. 모두들 살아남기 위해 감원·감축작업을 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증권업계에서는 「무시무시한」 감원작업이 한창이다.

『불법적인 장부외 부채를 떠맡은 것은 경영진의 배신행위』라고 원망하고 있는 수천명의 야마이치사 사원들은 하루아침에 생업을 빼앗기게 된 자신들의 처지에 한숨만 쉬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노자와사장의 「부탁」은 우리의 기업풍토에서는 좀처럼 듣기 힘든 말이기도 해서 대단히 인상적이었다.<도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