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출신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는 「20세기 후반의 창조자」로 불린다. 일생동안 단 한 편의 장편소설도 남기지 않았고, 웬만한 명성의 작가들이 받은 노벨상 수상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지만 그의 명성은 갈수록 더해간다. 최근 발간된 「칼잡이들의 이야기」와 「셰익스피어의 기억」(민음사 발행)으로 전집 5권이 완간됨으로써 그의 문학의 전모를 볼 수 있게 됐다.보르헤스의 세계 인식은 「세계란 미숙한 신이 만들어낸 카오스」, 즉 미로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미셸 푸코가 그의 대표작 「말과 사물」의 서문에서 『「말과 사물」의 발상은 보르헤스에 나오는 한 원문을 읽었을 때 지금까지 간직해 온 나의 사고의 전 지평을 산산히 부숴버린 웃음으로부터 연유한다』고 쓴 것처럼 보르헤스의 이런 세계 인식은 후기구조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등 20세기 후반을 이끄는 사조의 원류가 된 것으로 꼽힌다. 보르헤스는 그 세계관을 비밀 찾기, 수수께끼 풀기 구도의 탐정소설 형식에 환상적 내용으로 즐겨 담았다. 마르케스는 『보르헤스는 내게 어떻게 써야 하는 지를 가르쳐 주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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