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어음 손댔다 빚더미/“조부는 전 외무장관” 속여/두 동생 동원 “간 큰 3형제”희대의 사기극을 벌인 변인호씨는 여타 유명 사기범들과 달리 재력이나 배경없이 무일푼으로 재벌까지 눈먼 장님으로 만들었다.
변씨는 80년대 초 서울 S고와 J대를 중퇴하고 중소업체인 A전자에 근무하다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누나의 일을 도와주면서 경매브로커와 주식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93년부터는 용산전자상가에 J&B(주) 등 5개 유령업체를 차려 한때 반도체 수출로 거금을 손에 쥐었다. 그러나 96년 반도체 가격이 떨어져 손해를 보자 한보어음에 손을 댔다가 올 1월 한보철강 부도로 260억원의 빚을 또 졌다.
이때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사기행각에 나섰다. 특이한 이력과 악화한 경제사정을 호재로 이용했다. 미국 홍콩의 두 동생까지 동원해 「3형제 사기극」을 연출했다. 30, 33세인 두 동생은 모두 7개의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유령회사)를 차려 형의 무역사기를 도왔다.
변씨는 주변사람들에게 『외무장관을 지낸 변영태씨가 나의 할아버지이며, 어머니는 국내 7대 전주의 한사람으로 삼성, 현대그룹도 좌지우지 했다』고 속였다. 실제로 변씨의 아버지는 변호사 사무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카디아 승용차에 보디가드를 대동한채 특급호텔에만 묵고 채권 수표 등 20억∼40억원을 항상 넣고 다니는가 하면 주가조작에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18억여원을 떼주는 등 큰 손을 과시하며 「신용」을 쌓았다. 이 바람에 업계의 새로운 실력자로 떠올라 대접을 받았고 짧은 기간에 3,700억원대를 사기할 수 있었다.<이태규 기자>이태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