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기업·증시허점 교묘히 악용/70년 박영복 80년 장영자 수법 모방검찰이 「유령회사를 이용한 대형 금융사기 및 작전에 의한 주가조작」으로 밝힌 이번 사건은 「경제사기의 종합판」으로 불릴 만큼 우리 경제의 난맥상이 그대로 악용됐다. 특히 경제 불안심리를 이용해 무역-어음-주가에 이르기 까지 전체 금융질서를 완전히 교란시켰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이 사건은 사기규모가 3천7백억원대인데다 실피해액도 단군이래 최대의 사기사건이란 82년 장영자 사건(1천억원대)보다 많은 1천8백억원대에 이른다. 수법과 규모면에서도 70년대 박영복 사건, 80년대 장씨 사건을 능가하는 90년대의 대표적 사기사건으로 기록되게 됐고, 피해기업들이 상당수에 달해 가뜩이나 어려운 증시와 경제에 주름살이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변인호씨의 사기는 컴퓨터부품의 경우 검사대상에서 제외되는 정부의 수출장려정책과 루머에 약한 증시, 기업합병(M&A) 등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한 고도의 지능범죄였다.
1년여간 벌어진 변씨의 사기행각은 무역 및 어음사기와 주가조작 등 「삼각사기」로 요약된다. 변씨는 은행에서 수출대금을 먼저 받고 수입대금은 3∼6개월후 지급하면 되는 수출입제도의 허점에 착안했다. 변씨는 폐반도체 등 쓰레기를 정상제품으로 위장해 수출입하면서 신용장 개설은행에 2천3백67억원을 받아냈고 해외의 변씨 형제들은 물품대금을 입금시키지 않았다. 수출 실적을 높이기 위해 2개 대기업 상사들은 변씨의 수출대행을 해주면서 물품대금 4백25억원을 떼였지만 거래가 상사 명의로 이뤄져 오히려 상사의 신용도가 변씨의 버팀목이 됐다.
변씨의 주가조작도 거침이 없었다. 상장회사인 (주)중원이 지난 3월 1차부도가 나자 변씨는 이회사 경영진에게 자신이 일본 알프스사 대리인이라고 속여 주식 37만주를 사들이고 알프스사의 중원인수설을 퍼뜨려 7억7천만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이어 변씨는 알프스사의 인수가 무산됐다고 공시하고 (주)중원의 부도설을 유포, 주가가 폭락하자 주식 48만주를 매수해 불과 한달만에 회사를 통채로 삼켜버렸다.
그러나 작전종목이었던 레이디가구에 대한 M&A시도가 이를 눈치챈 대주주들의 주식 대량매도로 실패하고 검찰에 꼬리를 잡히면서 「홍길동」같던 변씨의 경제사기극은 막을 내렸다.<이태규 기자>이태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