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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나몰라라’ 장밋빛 공약들/일자리 300만개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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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나몰라라’ 장밋빛 공약들/일자리 300만개 창출

입력
1997.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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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대 강국 진입/주택보급률 100%달성 등 각당 대선 청사진 불구 경제논리 어긋난 모순 곳곳「2002년께가 되면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에 달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전망이다. 주택보급률도 100%에 달해 집없는 설움은 옛날 얘기가 된다. 물가는 3%선에 묶여 서민들의 시장바구니가 두둑해진다. 중소기업도 부도걱정 없이 기업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된다」

각 당 대선공약에서 그리고 있는 「장밋빛 미래」다. 각당 모두 실현 가능한 것들만 공약에 포함시켰다고 말한다. 공약마다 세부적 추진방안까지 제시하고 있으니 귀가 솔깃해질 법도 하다. 그러나 많은 경제학자들과 경제관료들은 이에 대해 고개를 젓는다. 『한곳에서 돈주머니를 풀려면 다른 곳에서는 졸라매야 한다는 것은 기본적 경제상식』이라고 지적한다.

「공약집 속의 경제」에는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각 당마다 주택건설, 중소·벤처기업 지원, 농어촌 부채의 획기적 경감과 구조개선 사업, 문화·복지 예산 대폭 증액 등 엄청난 재정지원이 필요한 약속을 남발하면서도 물가는 3%선에서 확실히 잡겠다고 큰소리친다.

그러나 각당의 공약대로 재정지원이 이루어지려면 재정팽창이 불가피하고, 이는 통화증발로 인한 물가상승과 인플레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모순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공약을 모두 지키자면 정부지출은 대폭 늘어날 수 밖에 없는데 정작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법은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국민세금이 정부재정의 주원천일 수 밖에 없는데도 오히려 각종 세금을 감면해주겠다고 약속한다.

이미 시행되고 있거나 현재 경제 흐름대로 가면 뻔히 실현될 것, 아니면 원론적인 얘기에 불과한 것을 포장만 요란하게 바꿔 내놓은 것도 많다.

한나라당이 내놓은 「임기내 300만개 일자리 창출」 공약에 대해 한나라당 정책관계자는 『경제가 1% 정도 성장하면 대략 7만명 정도의 새 일자리가 생겨나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을 매년 6∼7%선만 유지하면 충분히 달성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극심한 경제위기와 IMF 구제금융 도입에 따른 경제질서 재편으로 재경원에서조차 4%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형편이다.

새정치국민회의는 「미국·일본·중국·독일과 더불어 세계 5강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공약이 집중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 정책관계자는 『임기내에 달성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2025년께 진입기반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라며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나 국민 자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충분히 달성가능한 목표』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런 정도의 압축성장을 하기는 힘들 뿐더러,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심각한 경제적 부작용을 수반할 수 밖에 없어 세부 보완책이 함께 제시되지 않는 한 현실성있는 공약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민신당이 내건 「매년 주택 50만호 건설, 2002년 주택보급률 100% 달성」 공약도 실속이 없기는 마찬가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경제전문가는 『집없는 서민들에게야 귀가 번쩍 뜨일 만한 공약이겠지만 지난해 새로 건설된 주택이 이미 60만호에 이른다. 정부가 나서서 더이상 집을 짓지 말라고 뜯어말리지 않는 한 매년 50만호 이상씩 집이 새로 지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집을 소유할 만한 경제적 능력이 모자란 서민층에 대한 지원과 건설·부동산 경기 과열로 인한 부작용 방지에 대한 세부 공약이 제시되지 않는 한 「홍보용」에 불과하다』고 그는 비판했다. 한나라당 역시 「매년 55만호 건설」이라는 비슷한 공약을 내걸고 있다.

각 당 대선공약에 대해 홍익대 김종석(경제학) 교수는 『3명의 대선후보 모두 들르는 곳마다 말하기 좋고 듣기 좋은 공약들을 예외없이 한보따리씩 풀어놓는다. 모순 투성이인데다 실현 가능성도 의심스러운 약속들을 마구 남발한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그런 달콤한 약속들이 자칫 거의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경제의 심각성을 호도해버릴 수도 있다는 데 있다.「지금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통을 나누어 가질 때」라고 솔직히 밝히고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지도자의 진정한 용기가 아쉽다』라고 말했다.<황동일 기자>

◎경제 망친 ‘문민 갱제’/정경유착·금융부실 치유대신 인기위주 정치논리만 치중/잇단부도 위기관리도 취약/신경제 5개년계획 ‘파산’

「갱제가 경제를 망쳤다」

현정부의 경제실정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를 듯 하다. 온 국민의 기대속에 출범했던 문민정부는 경제운영에서 악수에 악수를 거듭, 결국 국가경제를 파산위기까지 몰고 갔다. YS 경제팀은 어떻게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을까.

경제팀의 기용에서부터 첫단추는 잘못 끼워졌다. 박재윤-이경식 경제팀으로 출발한 문민호는 신경제 5개년 계획을 내세우며 의욕있게 나섰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이후 등장한 경제팀마다 경제적 식견보다는 정치논리에 충실했다. 고려대 경영학과 이필상 교수는 『문민정부 경제부총리들은 한결같이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에 충실한 인사들이었다』며 『인사는 만사라고 했지만 엉터리 인사로 일관한 게 YS였다』고 꼬집었다.

정책자체도 장기적 구조조정보다는 인위적 경기부양책 위주였다. 신경제 5개년 계획이나 신경제 100일 계획이 모두 「경제 활성화」를 내세운 인기정책에 불과했다는 것. 당시 필요했던 것은 인위적 팽창정책이 아닌 거품을 없애는 긴축위주의 구조조정 정책.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었다는 얘기다.

세계화를 내세운 규제완화 정책도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강화하는 친재벌 정책으로 변질됐고 OECD 가입도 치적내세우기에 급급한 인기정책이었다는 평가다. 한보사태가 보여주듯 정부와 기업, 금융권간의 고질적인 유착관계도 달라진 게 없었다. 금융실명제 등 일련의 경제개혁도 경제논리보다는 사정을 위한 정치논리에서 출발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수희 연구위원은 『실명제가 정적제거를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변질돼 오히려 올바른 정착이 안되고 경제불안을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했다』고 비판했다.

위기대처능력도 형편없기는 마찬가지. 대기업 연쇄부도 사태에 대해 적극적으로 「기업살리기」에 나서기는 커녕 실명제 잘못을 탓하거나 기업과 정치권 눈치보기에 급급, 무대책으로 일관했다. 부도대책으로 내놓은 부도유예협약도 어음처리 지연으로 오히려 금융시장불안을 야기, 「부도촉진협약」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특히 기아사태는 조속한 해결을 보지 못하고 3개월 이상을 끌어 경제위기를 가중시켰다. 금융개혁안도 재경원과 한국은행 등 이해집단간 갈등만 야기, 안 하느니만 못한 꼴이 돼 버렸다. 위기때마다 한결같이 악수만 둬 온 셈이다.

그런데도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 책임인정과 사죄는 없고 모든 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기기 급급하다. 국민 1인당 22만원에 달하는 10조원의 부실채권정리기금이 대표적인 예. 그러니 정부 대책이 설득력을 가질 리 만무하다. 위기해결에 동참을 호소하는 김대통령의 목소리는 국민들에게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배성규 기자>

◎TV토론으로 본 대선후보 3인 경제 마인드는?/이회창­원칙에는 강하지만 참모들이 준비한 모범답안이 대부분이어서…/김대중­지식도 해박하고 경제를 잘아는 것 같은데 구체적인 약속이 지켜질는지…/이인제­미래에 대한 비전이 있고 의욕도 있지만 시험운행으로 끝날지도…

「원칙에는 강하지만 참모들이 준비한 모범답안이 대부분이어서…」 「지식도 해박하고 경제를 잘아는 것 같은데 구체적인 약속이 지켜질는지…」 「미래에 대한 비전이 있고 의욕적이지만 또 시험운행으로 끝날지도…」.

대선에 출마한 이회창 김대중 이인제 후보 3인의 경제마인드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이렇게 정리된다. 유권자들이 경제문제에 대한 이들의 시각을 가장 쉽게 점검할 수 있는 것은 TV토론. TV토론은 각 후보가 갖고 있는 경제마인드를 시청자들이 직접 접할 수 있는 유일한 매체이기 때문에 토론이 끝나면 즉각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현재까지 진행된 TV토론회 결과를 놓고 볼때 일단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경제분야에서 착실히 점수를 따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열린 방송3사 TV토론회 직후 실시된 시청자 여론조사에서 「집권후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물어본 결과 김대중 후보에 대해 응답자의 39%가 「뛰어나다」고 대답했기 때문. 이는 이인제(25.9%)·이회창 후보(22.9%)를 크게 앞서는 수치이다. 한국일보사가 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가장 적합한 후보」로 김대중 후보를 꼽는 응답자가 전체의 36%로 가장 많아 이회창 후보(34.5%)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이인제 후보를 꼽은 응답자는 22.5%로 조사됐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국민회의측은 『김후보의 경제 식견과 능력이 국민들로부터 높이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반면 한나라당과 국민신당 진영은 『김후보측이 초기부터 경제대통령 이미지 심기에 노력했기 때문』 이라면서 『공약을 바탕으로 한 진짜 정책대결이 되면 국민들의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며칠 안남은 선거운동기간에 유권자들의 평가는 또 어떻게 될지 아직은 누구도 단언할 수 없는 실정이다.<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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