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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진원지 결국 “메스”/8개 종금 외환업무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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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진원지 결국 “메스”/8개 종금 외환업무 정지

입력
1997.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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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뒷받침 30대 재벌 4개사 제외/“악순환 조기차단” 일정 한달 앞당겨/전체금융권 구조조정 회오리 서막금융위기의 진원지인 종금사에 정부가 마침내 메스를 들었다. 정부가 당초 일정을 한달이상 앞당겨 8개 종금사에 사실상의 외환업무정지명령을 내린 것은 금융시장의 「종양」을 뿌리째 제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보사태이후 기아를 거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신청까지 한국경제가 침몰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종금사는 늘 한가운데 놓여 있었다. 대기업몰락으로 거액부실을 떠안은 종금사들은 그동안 집단적 여신회수로 또 다른 대기업몰락과 자신의 부실증가를 자초했다. 30여개 업체가 난립하는 과당경쟁구조하에서 고수익을 위해 개도국 고위험 채권을 중심으로 「곡예식 자산운용」을 해온 종금사들은 마침내 태국 등 동남아 외환위기국가에 1백억달러이상을 물리면서 외화난이 악화하기 시작했고 신용추락으로 해외자금조달마저 막히면서 3개월이상 하루도 빠짐없이 외화부도위기에 직면했다. 주가폭락 환율급등 금리폭등도 모두 종금사의 외화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재정경제원은 19일 금융시장안정대책에서 ▲종금사들이 연말까지 외화자산―부채를 은행 등에 일괄양도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정부가 외환업무영업정지명령을 내리겠다고 발표한 뒤 외화사정이 특히 나쁜 경남 삼양 한길 고려 한솔 LG 영남 금호 대한 삼삼 신세계 경일 등 12개 종금사에 외환업무개선명령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외화난이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은행들의 콜론기피로 원화부문까지 부도위기가 확산되자 재경원은 종금사 외환업무정리조치를 금주로 앞당긴 것이다. 재경원은 25일 윤증현 금융정책실장 주재로 12개 종금사사장―시중은행전무 연석회의, 임창렬 장관 주관으로 이수휴 은행감독원장 최연종 한국은행부총재 및 시중은행장 종금사 사장 등이 참석하는 긴급회의를 열어 ▲종금사 외화자산―부채를 금주안에 은행에 일괄양도하되 ▲양도받을 은행은 재경원이 주선(사실상 선정)해주기로 한 것이다. 다만 모기업의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30대 재벌 소속 LG 금호 한솔 신세계 등 4개 종금사는 이번 조치에서 제외했다.

종금사의 자산―부채 일괄양도는 문자그대로 종금사가 갖고 있는 해외채권 외화대출 해외리스자산 등 모든 외화자산과 달러 엔 등 외화로 빌려온 채무일체를 은행이 떠안는 것이다. 종금사는 외화부문에 관한한 「자산―부채 제로상태」가 되는 것이다.

자산―부채 일괄양도명령는 사실상 외환업무정지명령이나 다름없다. 비록 법적 업무정지명령을 받은 것은 아니고 재경원도 『신규외화차입은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부실을 견디지 못해 자산―부채를 떠넘긴 종금사에 달러를 빌려줄 투자자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결국 자산―부채를 일괄양도한 종금사들은 「국제영업」이 중단되고 원화 여수신 및 중개업무만 담당하는, 더이상 종합금융회사가 아닌 「반쪽금융회사」로 전락하는 것이다.

이번 조치로 종금사들은 어떤 형태로든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재경원은 현재 종금사 원화업무도 자산―부채실사를 벌이고 있어 금명간 원화업무정리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종금권은 이제 폐쇄 인수합병(M&A) 영업권양도 등을 통해 대지각변동을 겪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은행 증권 등 전금융권을 향한 구조조정 회오리의 서막일 뿐이라는 지적이다.<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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