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보람이가 무시당하지 않게/나부터라도 더 소중히 키워야죠”『여자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세상아닙니까. 우리 딸 이름이 「보람」인데 거꾸로 하면 「람보」라예. 씩씩하기가 람보 못지않으니 앞으로 큰 일 할거라고 기대가 큽니다』
가족계획협회가 주최한 딸사랑 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행복상)을 수상한 김매옥(34)씨는 딸 얘기만 나오면 행복이 절로 느껴진다고 말한다. 딸로 태어나 딸을 낳았고 또 다른 사람의 딸이 되어 사는 인연이 곱씹을 수록 참 아름답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김씨는 85년 소위 결혼기피대상 1호라는 홀어머니 슬하 3대째 외동아들인 양만철(36)씨와 결혼, 첫딸인 보람(12)이를 낳았다. 은근히 손자를 기다리던 시어머니 보기가 너무 미안해서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섭섭했던 딸이었다. 딸 가진 사람이 죄인이라고 친정부모들까지 안스러워하는 것을 보고는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섭섭해할 줄 알았던 시어머니는 오히려 『딸이면 어떻노? 잘 키우면 되는거제. 딸이라도 가르칠 건 똑바로 가르치며 키우면 되는기라』고 말했다. 3대 외동아들인 남편을 얻기까지 마음고생이 심했다던 시어머니는 자신의 고통을 또다른 딸에게 안겨줘서는 안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계셨다. 김씨가 무섭기만하던 시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였다.
『완고하고 말이 없는 분이라 늘 어려웠는데 그런 위로를 듣고보니 눈물이 쏙 빠지며 정말 친 엄마같데예』
다행히 김씨는 3년후 아들 둘을 연달아 얻었다. 그동안 보람이는 다 커서 초등학교 5학년이 됐다. 『아들 못지않게 잘 키워보려는 엄마 마음을 아는지 내가 좀 기분이 언짢으면 오히려 저를 위로해요. 활발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상도 받아오고… 「오늘은 무슨 상을 받아오려나」 어찌나 뿌듯한지』
김씨는 보람이의 재롱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도 5년전 돌아가신 친정어머니가 『니는 엄마보다 시엄마가 더 좋제』라며 은근히 섭섭해하던 기억을 떠올리면 여전히 가슴 한쪽이 아리다. 그럴수록 또다른 엄마에게 두분 몫의 딸사랑을 드려야겠다는 각오를 새삼 다진다.
『딸 아들중 누가 더 좋다는 게 어디 있겠습니까. 사람 사는게 다 인연인데 서로 참고 사랑하면 되는거지요. 다만 우리 보람이가 큰 다음에는 여자라고 무시당하는 세상이 안되도록 나부터라도 더 기를 북돋고 중하게 키워야겠다고 생각합니다』<이성희 기자>이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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