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선자금 시비를 지켜보면서 몇가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을 느꼈다. 그중 하나는 앨 고어 부통령이 정치헌금을 부탁하면서 백악관의 전화를 사용했느냐 아니냐 하는 논란이다. 이 시비에서는 전화요금을 누가 부담했느냐, 즉 고어 부통령의 신용카드를 이용했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관심거리이기도 했다.물론 연방건물내에서는 정당이나 선거와 관련된 자금모금을 할 수 없다는 미국법의 엄격한 규정 때문에 이같은 시비가 등장하는 것이지만 우리의 시각에서는 약간 시시한 논란같기도 하다. 수억원의 정치자금이 떡값이냐 뇌물이냐 식의 다툼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백악관에서 전화 몇통 했다고 대수인가』라는 의문이 들 법도 하다.
최근 비슷한 논란이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일고있다. 워싱턴과 붙어있는 버지니아주는 이달 초 주지사를 뽑았다. 당선된 공화당후보와 낙선한 민주당 후보는 각각 인근 웨스트 버지니아의 그린브리어라는 유명한 리조트단지에서 휴식을 취했다. 문제는 이들이 하룻밤 수백달러에 이르는 숙박료를 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리조트단지를 소유하고있는 버지니아의 철도관련회사가 이들에게 공짜로 방을 제공했다. 이 회사는 피로한 후보들을 위해 선의를 베풀었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시민단체들의 공격은 날카롭다.
버지니아주에 깊은 이해관계를 갖고있는 이 회사가 당선자에게 줄을 대기 위해 교묘한 방법을 사용했다는 지적이다. 후보들은 『제공받은 숙박료를 법에 따라 신고했다』고 변명했지만 비판여론이 거세자 곤혹스런 눈치다.
미국에서도 100여년전에는 정치헌금과 관련된 「매관매직」이 심각한 문제였다. 1881년 가을에는 그해 취임했던 제임스 가필드 대통령이 공직을 얻지못한데 불만을 품은 지지자에 의해 암살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연방건물내의 모금금지와 철저한 정치자금 신고제도도 이런 경험에서 연유한다.
우리도 이번 국회에서 떡값을 금지한 정치개혁법을 통과시켰다. 다른 나라에서 보면 별 것 아닌 얘기가 시비거리가 되는 정치환경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워싱턴>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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