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언제부터인가 시중에는 정충과 정치인의 닮은 점이 무엇이냐는 다분히 신랄하고도 해괴한 우스갯소리가 나돌아 왔다. 그 닮은 점이란 정충과 정치인은 20억 가운데 하나가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어쩌다가 우리는 정치인을 그토록 불신하고 혐오하고 미워하는 지경에 이르고 만 것일까. 어찌하여 우리나라 대통령은 존경할 만한 인물이 하나도 없고 정치인이라면 마치 사기꾼이나 협잡배처럼 생각하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오늘의 현실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타임」지에서 독일과 홍콩의 신문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경제가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고 야단인데 과연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권력을 틀어잡기 위해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짝짓기 패짓기에 정신이 팔려 국민은 쳐다보지도 않는 그들이 아닌가. 그러면서도 국민이 나를 불러서 어쨌다느니, 나만이 국민을 위한 지도자라느니, 열심히 연습한 웅변원고만 읽어댈 따름이다.
이왕 국민과 정치인들이 이렇게 서로 다른 길만 갈 바에야 차라리 정치인들을 모조리 여의도로 들여보내 국회주변에서 평생 정치만 하라고 모아 놓고는 한강다리를 모조리 철거하여 못 나오게 가두어 버리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어차피 정치인들의 눈에는 국민이 보이지도 않고, 국민도 정치인들의 꼴을 안보면서 살면 서로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테니 말이다. 국민을 위한 정치인이나 대통령이 아니라면 구태여 국민이 뽑을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그러니 정치인은 자기들끼리 모여 정치만 하고 국민은 국민끼리 함께 살면서 경제도 걱정하고 농사도 지으며 따로 살아가자는 얘기이다.
칼릴 지브란이 그랬다. 『씨앗을 뿌리는 일도 하지 않고, 벽돌을 쌓는 일도 하지 않고, 옷감을 짜는 일도 하지 않고, 오직 정치만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은 국민에게 재앙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그러니 여의도공화국을 차라리 독립시켜 주는 편이 국민의 미래뿐 아니라 현재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의도에 고립되어 정치가들이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굶어죽으면 어쩌냐고 걱정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것은 둔치를 논밭으로 만들어 농사를 짓게 하면 식량은 자급자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농사에 쓸 물은 상수원지역에 그들이 허가해준 골프장과 러브호텔에서 흘러 내려오는 오염수를 사용하면 넉넉할 것이다.
몇년전 가뭄이 들어 농민들이 한숨을 지어도 국회에서 당리당략에 따라 서로 잇속을 차리려고 싸움박질만 하던 여야의원들의 모습을 우리는 너무나 뼈아프게 기억한다. 그러니까 여의도공화국의 정치인들은 과거의 죄를 뉘우치는 의미에서라도 농사를 필히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 농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여의도에는 산업시설이 없어 공화국재정이 넉넉지 못하다고 걱정할지 모르지만 어차피 정치란 입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던가. 돈이라면 너도나도 숨겨놓은 비자금으로 700년은 버틸 것이다. 또 경제정책이라고는 신통한 가락 하나 내놓지 못한 그들이었으니 여의도 증권거래소에 가서 주식에 투자했다가 주가폭락으로 쫄딱 망하는 경험도 쌓아야 좋을 듯 싶다.
정치가들만 여의도공화국에 모아놓으면 대통령이나 정치지도자를 선출하는데도 돈이나 시간이 들지 않아서 좋을 것이다. 체육관이나 보라매공원에 모이는 대신 여의도광장에 모여 선거관리위원장이 외치는 『헤쳐 모여』구령에 따라 줄서기를 하면 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 중에는 군대를 갔다오지 않은 사람이 많다니까 그 구령이 무슨 뜻인지 모를 것 아니냐는 가정도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평생 헤쳐모여만 연습해온 사람들이니까 말이다. 물론 줄서기 시합을 하는데 우리 줄이 너무 짧으면 다른 줄과 언제라도 합치면 되고 비록 짧은 줄에 선 사람들이더라도 긴 줄 두 곳 가운데 어디에라도 가서 붙으면 가장 큰 줄을 만들 수 있으니까 그 위세도 당당할 것이다.
선거라고 해야 내가 좋아서 뽑아줄 사람은 하나도 없고 누가 덜 미우냐를 결정해야 하는 고뇌의 현장이어서 나는 별로 열심히 투표소를 찾아가지 않는 편이지만 만일 정치인들을 위한 여의도공화국 독립을 결정하는 국민투표가 이루어진다면 월드컵 축구에 응원가려는 「붉은 악마」들처럼 투표장 앞에다 천막을 쳐놓고 한주일 동안 밤추위에 덜덜 떨며 기다리는 한이 있더라도 첫번째로 들어가 꼭 투표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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