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시끄럽던 반달가슴곰이 지리산에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이 천연기념물(329호)의 보호를 위해 관계기관 합동대책회의가 열린지 꼭 1년만에 산림청과 한일 민간단체 회원들의 합동생태조사로 10여마리가 서식하고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조사를 과학적 체계적으로 이끈 사람은 일본 반달곰연구소 소장 마이타 가즈히코(미전일언)씨이다. 꿀을 이용한 독특한 관찰방식을 개발한 그는 27년동안 일본의 산악지방에서 1천여회나 야생상태의 곰을 목격한 곰 생태학 권위자. 지리산 자연환경생태보전회 등 현지단체들과 2개월여의 합동조사 끝에 서식을 확인했다. ◆83년 5월 설악산에서 사냥꾼의 총에 맞아 빈사상태에 빠진 반달가슴곰이 발견된 이후 우리 눈에는 아직 이 짐승이 목격된 일이 없다. 심산유곡에 살고있다는 말은 있었으나 배설물 털 발톱자국 등 간접증거를 찾아낸 것도 처음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만 했을 뿐 보호대책에 소홀하던 정부가 그만한 일을 한 것도 다행이다. ◆가슴에 V자 모양의 흰털 무늬를 가진 이 야생동물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것은 82년 12월. 당시 산림청의 서식 밀도조사 결과 지리산에 34마리, 설악산에 11마리, 오대·태백·조령산에 각각 4마리 등 57마리로 파악됐다. 그 후 단속과 보호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곰 가족은 밀렵꾼들에 의해 씨가 말라왔다. ◆곰은 우리 민족 탄생설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합동조사반 20개팀은 엊그제부터 개체수 파악을 위한 후속조사에 착수했다. 이 신령스런 짐승들이 이 땅에서 영원히 살아가게 하는 적극적인 보호대책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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