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본회담 개최의 걸림돌이었던 주한미군철수 등 의제문제가 내달 9일 본회담개최를 앞두고 다시 제기되고 있다.미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주한미군철수가 4자본회담의 주요의제라고 주장하고있어 본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둘러싼 진통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은 23일 관영 중앙통신을 통해 4자본회담 개최사실을 밝히면서 주한미군철수문제를 또 거론했다. 북한외교부 대변인은 『이 회담은 지금까지 주장해온 미군철수와 조-미 평화협정 체결문제를 집중 논의할 것이라는 전제조건에서 개최키로 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를 즉각 부인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23일 ABC방송과의 대담에서 『주한미군철수문제는 우선적인 의제가 아니다』라며 『미군은 한반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며 계속 주둔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물론 한국의 입장은 더 단호하다. 북한이 주한미군철수 등 종래 주장을 되풀이한다면 4자본회담의 실질적 진전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 주한미군철수문제는 4자본회담에서 계속 북한의 카드로 사용될 공산이 크다. 이 문제가 특정의제로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북한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긴장완화를 위한 제반문제」라는 포괄주제에 주한미군문제가 포함된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북한이 관영언론을 통해 주한미군문제를 또 거론한 것은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다. 근본적으로는 분단이후 대남전략의 중심축으로 견지해온 주한미군문제에 대한 입장이 조금도 변화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이와 함께 북한이 본회담에서도 주한미군문제를 회담의 속도조절 및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지렛대로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로선 미국은 북한의 이같은 전략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우리는 이제 막 회담을 시작하려는 참』이라며 『회담에는 상당히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4자본회담에서 주한미군철수문제를 본격 거론할 경우 본회담은 그동안 진통을 거듭했던 예비회담의 연장선에 머물고 말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거듭 4자회담을 「마라톤」에 비유하는 것도 바로 이같은 전망을 반영한 신중한 입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워싱턴=정광철 특파원>워싱턴=정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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