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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지원과 한국경제/이재웅 성균관대 교수·경제학(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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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지원과 한국경제/이재웅 성균관대 교수·경제학(아침을 열며)

입력
1997.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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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피셔 국제통화기금(IMF)부총재가 지난해 무슨 일로 서울에 왔었다. 그때 멕시코 페소화위기 이후 IMF의 역할에 대한 그의 강연을 듣고 누군가가 질문을 했다. 멕시코는 미국의 뒷마당이나 마찬가지로 깊은 이해관계를 갖기 때문에 미국이 IMF를 움직여서 신속하게 구제금융을 제공한 것 아닌가? 만약에 아시아국가, 예컨대 한국이 외환위기에 빠지게 되더라도 IMF가 신속하게 구제에 나서겠느냐고 물었다. 스탠리 피셔는 IMF는 어느 회원국이나 외환위기에 처하면 구제에 나서도록 되어있으며 그러기 위해서 제도적 보완을 계속한다고 답변했다. 당시에 우리는 한국이 외환 금융위기를 맞아서 IMF의 긴급구제금융을 요청하게 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지난주 스탠리 피셔부총재는 또 다시 서울을 방문하고 신임 임창렬 부총리와 한국의 구제금융 신청문제를 협의했다. 임창렬 부총리는 그후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여러 우방과 IMF의 권고를 받아들여 IMF자금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것이 경제정책의 완전실패를 선언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마음이 내키지 않는 일이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이 한국과의 쌍무적인 협약에 의한 자금지원을 거절하고 국제적 법정관리인 IMF지원을 받도록 종용했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금융위기를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고 여기에 까지 이르게 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이로써 한국은 최근에 IMF구제금융을 받은 멕시코 태국 인도네시아와 같은 신용불량국의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한국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경제규모가 세계 11위이고 OECD가입국으로서 긍지도 대단했다.

그런데 어째서 오늘날 이같이 참담한 사태가 벌어졌는가? 특히 IMF는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조건(Conditionality)으로 우리에게 혹독한 자구노력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어도 재정·통화긴축, 금융개혁 추진, 시장개방,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등을 강력하게 권고할 것 같다. 이러한 지원조건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대규모 기업부도, 부실금융기관의 폐쇄 및 합병, 실업증대, 경제불황 등 엄청난 고통이 따를 것이다. 물론 IMF지원을 받을 경우 단기간에 외환위기가 해소되고 추락한 국제신뢰도 회복되어 외국인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오는 등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

IMF는 95년 국제금융질서를 방어하기 위한 명분으로 멕시코에 구제금융을 지원했고 최근에는 아시아 금융위기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 태국을 지원했다. 인도네시아에 대해서는 통화가치폭락에 따른 국가신용도 위기를 선제하기 위해서 지원했다. 이제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어떤 목적과 명분으로 구제금융을 지원하게 될지 궁금하다. 물론 IMF는 근래에 국제적인 최종대부자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IMF지원패키지에 협조융자형태로 참여하는 이해당사국 특히 미국의 정치적 고려도 지원조건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최근에 외국언론들이 한국경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한국때리기」에 나섰다. 따라서 IMF가 자구노력이라는 구실아래 과도한 시장개방 요구, 산업구조조정압력 등을 행사하고 경제주권의 침해가 지나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앞으로 정부규제와 개입을 대폭 줄여야 하며 많은 문제의 해결을 시장기능에 맡겨야 할 것이다. 기아그룹 및 제일은행과 같이 부도위기에 처한 재벌기업이나 은행의 처리에 있어서도 정부의 개입은 억제될 것이다. 정부가 부실기업의 부도를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서 개입이 불가피하더라도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이러한 정책권고는 한국경제가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반드시 요구되는 자구노력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커다란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에 정부는 IMF지원과 관련해서 국민에게 협조와 고통분담을 요구하기에 앞서서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이 있어야 한다. 실제로 금융위기에 대한 정부의 관리능력 부족과 정치권의 리더십 결여가 결국 사태를 이 지경에 이르게 한 것이 아닌가.

따라서 단순히 국가 자존심이나 경제주권문제 정도로 국민정서에 기대어 얼버무리고 넘어갈 일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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