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 밖에 없게 됐다는 급박한 소식들이 편집국을 팽팽한 긴장으로 몰아넣던 지난주초, 책상위에 배달된 정부발행 국정신문에는 정부고위 관료의 글이 실려있었다. 『우리 경제는 기초가 견실해 금융위기에 몰릴 이유가 없으며 정부가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요지다.전날 밤중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구제금융 신청발표로 인한 충격이 채 가시지않은 22일 상오 TV에 나타난 대통령은 짧은 사과발언과 함께 온 국민이 고통을 함께 나누자는 말을 남긴채 임기중 14번째의 해외방문에 나섰다.
국가부도 선언이나 다름아닌 IMF 구제금융 신청을 전후해 벌어진 두 장면은 맨주먹으로 시작해 세계적 산업국가대열에 당당히 오른 우리 경제가 어쩌다 이처럼 치욕스런 지경에 이르게 됐는지, 굳이 설명을 필요없게 한다.
한국경제의 추락은 고비용저효율 구조, 정경유착의 폐해, 건전한 사회규범의 부재 등 안으로 곪을데로 곪은 총체적 한국병이 낳은 예고된 수순인지도 모른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금융위기는 정부가 기아사태를 몇개월씩 방치하지않고 해외신인도 추락을 조기에 적극 대응했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차례 있었다. 위기를 위기로 인정하지않는 지도자와 관료들의 아집이 조그만 종기를 순식간에 치명적 암으로 번지게 한 셈이다.
이제 그 실수의 대가는 국민 모두가 지불해야한다. IMF가 요구할 초긴축 정책과 구조조정은 물가상승과 대량해고, 중소기업들의 도산 등 감내하기 힘든 고통을 안겨주게 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자본은 세계시장 곳곳에서 자신들을 위협하는 한국경제를 IMF라는 수술대에 올려 칼질을 하려 할 것이다.
암울한 현실속에서도 평범한 국민이, 해외교포들이 들불처럼 달러모으기 운동을 펴고 있다는 소식은 어둠속에 한줄기 빛과 같은 희망을 준다. 우리가 역사상 수많은 국난의 위기를 극복한 힘이 바로 이같은 국민 저력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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