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초 미 CDC사 컴퓨터 판매가 효시/청소년 네티즌의 무한한 구매력 노려/의류·화장품 등 인터넷 홈페이지 통해 제품전시·판매 ‘히트’80년대 미국 수학자가 처음 사용한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란 단어에서 유래한 사이버(Cyber)는 이제 익숙해진 용어가 됐다. 사이버네틱스의 본래 뜻은 컴퓨터를 이용한 인공두뇌연구학문이지만,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공간을 사이버라고 흔히 부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이버가 최근 젊은 세대들을 통해 현실속에 실체로 나타나고 있다. 각종 제품의 상표명으로 쓰이면서 사이버는 학문, 철학적 개념을 뛰어넘어 용어자체가 매력있는 상품이 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 PC통신이 널리 보급되면서 네티즌들을 겨냥한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네티즌들의 입소문을 타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면서 새로운 유행을 만들기 때문이다.
「사이버브랜드」로 불리는 이들 제품은 컴퓨터, 의류, 액세서리, 화장품, 음반, 만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다양하다. 요즘은 사이버 용어가 들어간 상표라는 의미보다 PC통신, 인터넷 등 가상공간에서 알려져 많이 팔리는 제품을 뜻하는 용어로 주로 사용된다.
사이버브랜드의 효시는 80년대초 미국의 콘트롤데이터(CDC)라는 컴퓨터회사가 만든 컴퓨터 「사이버」였다. IBM만큼 유명했던 CDC사가 만든 이 제품은 히트를 치지 못해 상표이름을 널리 알리는 데 실패했다.
본격적인 사이버브랜드 업체는 미국의 델(Dell)이라는 컴퓨터업체. 미국의 마이클 델이라는 사람이 84년에 단돈 1,000달러로 설립한 델사는 매장이 따로 없다. 인터넷과 PC통신으로 대변되는 사이버공간이 매장이다. 온라인 통신판매만을 고집하고 있다. 점포비용과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속셈이다.
그러나 델사가 승부를 건 것은 사이버공간의 네티즌들이 지닌 잠재적인 구매력이었다. 델사장은 일찍이 시장경제를 좌우할 실구매층과 유행을 퍼뜨릴 청소년들이 네티즌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꿰뚫어보았다.
델사의 전략은 맞아떨어져 컴팩, IBM에 이어 세계 3위의 PC판매업체가 됐다. 델사는 한글을 포함한 세계 각국어로 만든 인터넷홈페이지(www.dell.com)를 통해 제품을 판매한다. 홈페이지에 제품구매양식을 만들어놓고 소비자가 원하는 사항을 표시하면 해당주소로 제품을 배달한다. 대금은 신용카드로 결제한다.
구매양식이 자세하게 나와 있어 사용자가 얼마든지 원하는 사양의 주문형 PC를 만들 수 있다. 제품은 주문 후 보름이내에 탁송업체에서 배달해준다. 애프터서비스(AS)는 각국의 컴퓨터수리업체와 계약을 맺고 현지에서 실시한다.
델사의 성공비결은 편리한 구매방법과 저렴한 가격이었다. 인터넷주문은 사용자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매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또 원가에 포함되는 매장비와 인건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판매가격이 다른 업체 제품에 비해 15∼20% 정도 싼 편이다.
이외에도 델사로서는 각국에 진출하기 위해 현지정부와 통상마찰을 빚는 등 속을 썩일 필요가 없다. 인터넷이라는 사이버공간이 모든 장벽을 뛰어넘는 통상사절단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델사는 앞으로 사이버공간의 위력이 점점 증대될 것으로 보고 이같은 장점을 제대로 살린 컴퓨터관련 전자쇼핑몰을 운영할 방침이다.
사이버와 컴퓨터는 궁합이 잘 맞는 짝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의류는 왠지 어색하다. 하지만 사이버공간에서 젊은이들 말로 「뜬」 의류상표가 있다.
「토미힐피거」가 그 주인공이다. 토미힐피거는 미국의 패션디자이너로 자신의 이름을 붙인 의류를 만들고 있다. 국내PC통신의 패션관련 게시판을 보면 온통 토미일색이다.
가격과 시장정보에서부터 해외네티즌들이 전해오는 미국의 최신 제품동향까지 토미를 중심으로 하나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청소년들의 한때 유행으로 보기에는 지나친 일면이 있다.
토미는 편한 복장을 선호하는 20대를 겨냥한 미국의 중가의류의 이름이다. 이 제품이 우리나라에 알려지게 된 것은 인터넷, PC통신 등 사이버공간과 더불어 TV의 청소년가수들 때문이다. 이들은 힙합스타일로 불리는 헐렁헐렁한 바지와 몸에 안맞는 큰 윗도리에 커다란 토미상표를 달고 나와 선전해주었다.
이같은 분위기를 틈타 얄팍한 상혼도 고개를 들고 있다. 토미상표를 붙인 가짜 제품이 범람하면서 유행에 민감한 청소년들을 유혹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화장품업체인 ELCA 한국지사가 토미향수를 수입해서 팔고 있을 뿐 토미의류는 아직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시중에 나도는 10만원 이상의 값비싼 토미의류는 가짜가 대부분이다.
토미상표를 도입하기 위해 40여개 업체가 몰려 상표도입비를 천정부지로 올려놓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토미도 홈페이지(ews.simplenet.com/designer/tommy)를 마련해 온라인으로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토미는 직접 운영하는 홈페이지외에도 수십개의 패션관련 홈페이지와 연계해 사이버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국내상표로는 「292513=스톰」이라는 액세서리제품이 있다. 의미 없는 숫자를 나열해 젊은 세대들의 자유분방함을 강조한 스톰도 네티즌들을 통해 전파된 상표이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제작한 홍보책자를 배포해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들의 화장품에도 사이버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있다. 미래지향적인 20대를 겨냥한 여성화장품 「사이버21」이 있는가 하면 전송을 뜻하는 「DN(download)」이라는 상표의 남성화장품도 나와 있다. DN의 경우 사이버를 판매에 이용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초창기 첨단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인터넷주소를 용기에 인쇄했는데 해당주소가 음란사이트여서 제품을 회수하는 소동을 벌인 것이다.
사이버브랜드는 문화상품으로도 등장하고 있다. 컴퓨터게임을 토대로 제작한 「슈퍼마리오」, 「모탈컴뱃」 등 영화와 인터넷으로 국내청소년들에게 일본만화 붐을 조성한 「크램프」 등이 인터넷을 통해 아무 여과장치 없이 침투하고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이네트의 전자상거래마케팅팀 유지선팀장은 『외국기업들에 비해 국내업체들은 전자상거래를 위한 기술적인 준비만 갖출 뿐 상표인지도가 떨어져 사이버시장에서 밀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사이버브랜드의 산파들/사이버시장 개척 토미 힐피거·마이클 델 억만장자 반열
마이클 델(32)은 사이버시장의 가능성을 확인시킨 장본인이다. 델은 65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출생했다. 83년 의사인 부모의 권유로 텍사스주립의대에 진학했다가 84년 학업을 중단하고 고향에서 단돈 1,000달러로 델컴퓨터사를 창업했다.
그는 고객들의 요구에 맞춘 주문형PC를 생산, 85년에 3,4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88년 미국장외주식시장(NASDAQ)에 「델」이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상장했다. 89년과 92년 PC매거진에 의해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93년에는 26살의 나이로 포춘지가 선정한 500대기업중 최연소회장으로 뽑혀 화제가 됐다.
현재 델회장은 텍사스대학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미국상공회의소 이사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주식만 40억달러가 넘는다.
젊은이들에게 혁신적인 의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디자이너 토미 힐피거(44)는 53년 뉴욕주 엘미라에서 태어났다.
정식으로 디자인을 공부한 적이 없으나 16살때인 69년부터 도시에서 유행하는 옷을 사다가 고향의 10대들에게 되파는 의류장사를 하면서 패션에 눈뜨게 됐다. 10년 장사끝에 대형 의류점 10개를 소유하게 됐다.
고객의 취향을 알아내 독창적인 의상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79년 현장감각과 타고난 예술재능만으로 디자인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84년부터 패션계에서 유명해졌으며 89년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를 세웠다.
지난해 토미힐피거사는 4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명실공히 패션왕국으로 자리잡았다.<최연진 기자 wolfpack@nuri.net>최연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