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식 경영관행도 대수술 불가피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정부의 구제금융 공식신청으로 국내 경제 전반에 적지않은 변화가 예상됨에 따라 재계가 경영관행과 사업계획의 전면적인 수정에 들어갔다. 은행차입을 통해 추진하려던 신규투자계획을 보류하고 자금조달과 운용방법에 대해서도 재고를 하고 있다. 재계가 40년 지속해온 압축성장의 경영관행에 대해 일대 수술에 나선 것이다.
정부의 IMF 구제금융신청방침이 확정된이후 연일 대책회의를 갖고있는 현대와 삼성 LG 대우 등 주요 그룹들은 23일 IMF의 자금지원이 기업경영에 미칠 파장을 분석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재계는 특히 재정과 경제정책 금융산업부문에 집중될 IMF의 권고는 결국 실물주체인 기업에 막바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대책을 마련중이다.
재계는 우선 환율의 급격한 변동으로 일시 유보한 내년 사업계획 수립을 아예 중단한 채 사태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IMF의 권고가 저성장과 저물가정책 등으로 구체화할 경우 이를 토대로 사업계획을 다시 짜야 하기때문이다.
재계는 또 금융기관의 개편과 함께 기존 금융관행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새로 추진하려던 사업계획 등을 전면 보류할 움직임들이다. 특히 일부 과잉우려가 있는 업종의 진출을 계획했던 기업들은 사업계획 자체를 아예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도 상정하고 있다. 이에따라 제철사업을 추진중인 현대와 반도체 사업진출을 결정한 동부 등은 연일 이와관련한 대책을 숙의중이다.
주요 그룹의 자금관련 부서들은 IMF의 금융산업 개편요구로 금융기관의 폭넓은 인수합병이 진행되고 자금지원형식도 전혀 다르게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 당장은 물론 중장기 자금조달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앞다퉈 발행하는 등 어려워질 자금시장에 대비하고 있다.
부채비율 축소와 경영투명성 제고방안도 IMF 구제금융 지원이후 기업들이 대비해야 할 부문으로 꼽히고 있다.
대기업그룹들은 특히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선단식경영방식 개편과 문어발식 영역확대 억제정책 등이 IMF에 의해 강도와 속도를 더할 것으로 예상, 그룹 경영의 일대혁신작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경제의 위기가 재벌체제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이 국제사회에 보편화해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이제 막 자동차사업을 시작한 삼성 등 신규사업에 참여해 아직 기반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은 이미 벌여놓은 사업에 차질을 빚지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현대그룹 고위관계자는 『이제 기업경영관행에 일대 수술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IMF의 개입을 우려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그러나 『일본이 맥아더의 재벌해체이후 근본적인 기업경영의 변화를 가져왔다』며 『우리 기업들도 이번 기회를 거품과 비효율을 완전히 제거하는 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이종재 기자>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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