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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책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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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책무(사설)

입력
1997.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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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가 21세기에 살아남으려면 이번 경제위기를 계기로 정부, 기업, 가계(근로자) 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환골탈태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실물경제를 이끌어 가는 기업들의 자기개혁에 대한 책무는 정부나 가계에 못지않게 막중하다. 재벌그룹 등 기업들은 나라경제의 파국을 초래한데 대해 절대적인 책임이 있다.기업들은 우선 한국형기업경영의 문제점을 통찰, 과감한 수술을 해야 할 것이다. 재벌그룹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고질적인 병폐는 과도한 빚경영, 선단형(문어발형) 경영, 세습경영 등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해와 지난해에 도산한 한보, 기아, 진로, 대농·쌍방울, 삼미, 삼립식품, 삼익악기, 유원건설, 우성건설, 건영 등 10개 그룹들의 경영실패는 주로 경영능력의 부족, 리더십의 결여, 사업다각화의 실패, 재무구조의 취약 등에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해태, 뉴코아 등도 마찬가지라 하겠다.

우리 기업들은 이러한 경영실패의 요인들을 제거하는데 경영체제개선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첫째 재벌그룹의 오너들은 세습경영체제를 탈피, 전문경영인체제를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 무능한 후계자보다는 유능한 전문경영인에게 경영대권을 넘겨 줘야 한다. 도산기업들의 상당수는 2세 상속자들의 경영능력부재나 경영권분쟁에 그 책임이 돌려지고 있다.

둘째 문어발경영을 지양해야 한다. 지난 20여년동안 정부, 전문가들에 의해 무수히 강조돼 왔지만 재벌들은 오히려 계열기업들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 왔다. 무모한 업종다변화와 확장경쟁이 부실을 양산했다. 계열사를 대폭 정비해야 한다.

셋째 빚경영체질을 청산해야 한다. 빚얻어 공장만 지으면 떼돈 들어오던 시대는 지나갔다. 과도한 빚은 금리부담을 높여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악성단기부채는 흑자도산을 가져온다. 우리나라 30대그룹의 평균 부채율은 497%, 10개 도산그룹은 4,207%였다. 미국, 일본, 대만 등 선진국이나 경쟁상대국기업에 비해 수배내지 수십배가 높다.

넷째 투명경영과 적정배당이다.

우리 재벌그룹들의 부채의존형 선단식 경영체제는 이제는 비경쟁적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이 체제의 창조적인 파괴가 없으면 한국경제가 죽는다. 재벌그룹들로서는 도전과 기회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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