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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남인들은 남인가?/황태연 동국대 교수·정치학(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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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남인들은 남인가?/황태연 동국대 교수·정치학(특별기고)

입력
1997.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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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앞두고 정치권서 또 들먹/망국적 지역감정 발언 이제는 그만둘때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노골적인 지역주의 담론이 또다시 대선승리용 극약으로 투입되기 시작했다. 『우리가 남입니까? 이번 대선도 우리 영남사람들이 결판낸다고 확신합니다. TK와 PK가 함께 힘을 합쳐 문민정권을 탄생시켰습니다. 우린 남이 아닙니다. 이번에도 영남이 뭉쳐 이 나라를 살려냅시다』

이것은 신한국당(한나라당)의 김윤환 선대위원장이 지난 18일 경남 필승결의대회에서 쏟아부은 말이다. 그러나 「나라 살리기」라는 말을 갖다 붙인 이 영남 패권주의적 언사는 모든 비영남인을 「남」으로 배제·적대하는 「나라 망치기」행위이다.

이 말은 영남의 표쏠림을 겨냥한 계산된 언행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비난받을 줄 뻔히 알면서도 교묘히 지역감정을 자극한 이 발언은 부산·경남지역(PK) 패권추구와 최근 YS반감고취로 인해 분할된 영남 유권자들을 다시 합쳐야 한다는 절박성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선진정치를 위해 이제 대국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이런 역사의식에서 보면 지역감정과 범영남패권론은 한국정치의 독약이다. 그의 지역감정 언사는 영남 유권자들의 정치적 이성을 능멸하고 「남」으로 배제한 비영남인들을 적대한다는 점에서 한일합방론 이래 가히 최상급의 망국론이라고 생각된다.

돌아보면 지난날 군사독재가 만들어낸 동서분할통치구조와 지역적 불균등 투자, 인사편중은 대한민국의 서부지역과 북동부지역, 제주도 등 도서지방을 소외시켰다. 또 이 구조는 문민정부의 등장과 함께 완화되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 강화된 것이 사실이다.

지역패권구조와 지역차별은 국민의 염증과 반감을 증폭시켜 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표를 결집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통일의 앞날을 생각할 때 정치인들은 부디 대승적 자세로 돌아와야 한다. 21세기에 이르기 전에 우리가 지역패권적 정치구도를 혁파하지 못한다면, 통일 이후 남쪽 국민은 북한동포들을 멸시, 차별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이렇게 되면 남쪽의 이북 5도민들도 저 북한동포와 함께 새로운 지역차별의 나락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이런 가공할 사태의 예방은 지금 여기서 지역감정을 끝장내고 지역화합과 조화의 큰 정치를 열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과거의 망령을 다시 끄집어내고 있으니 가슴 아플뿐이다.

이런 정세에서 과연 모든 정쟁에 대한 최고 판관인 국민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나라의 장래를 근심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은 다시 고개든 지역주의에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치현실로 어려운 이야기이겠지만 대선후보들은 대선의 승패에 너무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승패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당리를 국익에 앞세우는 「막 가는」전술을 애호하게 된다. 이번에 「우리가 남이가」의 지역주의 담론이 지난 대선에 비해 일찍 튀어나온 것도 승패에 너무 집착한데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그러나 권력투쟁을 본질로 하는 정치에서 승패는 병가지상사인 것이다. 각 당의 이런 대승적 자세만이 민주주의의 완결과 나라발전에 기여하고 승리를 보증할 것이다. 반대로 지역감정 호소에 성공하여 집권한다면 그 정권은 또한번 태생적 한계를 안고 우리나라를 절망에 빠뜨릴 것이다.

지금이 어느때인가.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세계화와 국제화를 이야기하는 마당에 좁은 땅덩어리를 사분오열해 자신의 정치적 기반으로 삼아야 속이 시원한가. 구태의연한 방법, 그것도 막연한 감정을 바탕으로 표를 모으려는 정치인들을 국민은 경계해야 한다. 국민이 현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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