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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의 ‘지혜’/섬광같은 통찰에서 재미있는 우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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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의 ‘지혜’/섬광같은 통찰에서 재미있는 우화까지

입력
1997.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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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것은 아름답다­생명 그 자체가 놀라운 기적…”온유와 실천의 미덕보다 말(언)이 앞서는 시대. 「웃겨야 산다」는 명제가 우리를 강박하는, 정말 한심한 현실이다.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체코작가 밀란 쿤데라(68)가 커다란 깃발을 펄럭이며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지혜(La Sagesse)」. 모두 260개를 헤아리는 지혜의 말이다. 섬광같은 통찰에서 재미있는 우화까지, 쿤데라의 또 다른 모습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사유하는 존재의 아름다움」 등을 발표한 우리 시대 포스트모더니즘 소설의 대가가 일체의 정교한 문학적 장치를 양보하고, 소박하며 진솔한 언어로 다가선다.

주로 짤막한 통찰로 이뤄졌다. 「존재하는 것은 아름답다. 생명 그 자체가 놀라운 기적이다」 등. 때로 그가 들려주는 지혜의 말은 한 페이지를 모두 채우는 우화 또는 자상한 철학이 되기도 한다. 「세상의 모든 슬픔. 우리의 가슴 속에는 슬픔의 강이 흐르고 있다… 우리는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슬픔을 이겨내는 힘을 얻기 위해」.

남녀의 사랑을 묘사하는 대목은 때로 노골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전혀 끈적거리지 않는다. 이 가뿐함 또는 상쾌함의 근거는 무엇일까?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 이미 마련돼 있는 수백만개의 육체중에서 한 개를 받게 되는데, 이것은 거대한 호텔에 있는 수백만개의 객실중에서 하나를 할당받는 것과 별반 다름 없다…」. 허무적 실존주의자인가.

그러나 그는 방점을 커다랗게 찍는다. 「희망, 이보다 더 아름다운 말이 또 있을까」 신현철 옮김, 하문사 발행, 6,000원.<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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