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분만보다 안전” 근거없고 자궁내막염·출혈 등 더 많아/선진국에선 이미 제왕절개술 했던 산모도 정상분만 하도록 권유미국인 의사 크레이긴은 1916년 뉴욕의 한 의사회 모임에서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서둘러서 복벽을 통한 분만을 시도하지 마시오, 한 번 제왕절개수술을 하면 다음에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의 말은 이후 70여년간 산부인과 의사들의 금언처럼 여겨져 왔고, 현재까지도 엄연한 현실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78년까지 한 번 제왕절개수술을 받은 산모의 98%이상이 반복 절개수술로 분만했다. 한 번 수술한 후 정상분만을 하기란 참으로 어렵고 조심스럽다. 그런데도 제왕절개술로 분만하는 비율은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65년 4.5%던 제왕절개술이 88년 25%에 달했다.
제왕절개술의 비율(90년)은 노르웨이 12.8%, 스코틀랜드 14.2%, 캐나다 20.3%, 미국 23.6% 등이다. 우리나라는 20∼23%정도로 보고돼 있다.
제왕절개술은 이제 세계적으로 보편화한 수술이 되었다. 난산 위험이 높은 초산부와 나이든 임신부가 늘어나고, 태아의 이상여부를 조기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력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 미국의 경우 연수입 3,000만원 이상인 임신부의 23%가 제왕절개술을 택한 반면, 연수입 1,000만원 이하는 13%에 불과했다.
수술로 인한 사망률 감소도 제왕절개술이 늘어나는 데 일조했다. 마취와 수혈기술의 발달은 감염이나 출혈에 따른 모성사망률을 현저히 줄이고 있다.
의료분쟁에 대한 의사들의 공포감도 수술을 증가시키는 요인 중의 하나이다. 미국보험협회의 보고에 따르면 정상분만을 시도하다 수술시기를 놓쳐 뇌성마비 등 신경학적 이상을 초래했다는 환자들의 의료분쟁 제기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
하지만 제왕절개술이 정상분만보다 신생아의 신경학적 이상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은 아직 논쟁의 대상이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환자가 원할 때 제왕절개술을 하는 것을 불문율처럼 생각한다. 아무런 의학적 이유가 없는 데도 산모가 고통때문에 수술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만일 수술해주지 않았다가 합병증이라도 생기면 꼼짝없이 의료분쟁에 휘말릴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제왕절개술이 정상분만보다 안전한 것일까. 척추의 경막 밑을 마취해서 수술할 경우 모성사망률이 정상분만보다 더 낮다는 보고가 있으나 큰 차이는 없다.
제왕절개술은 사망하는 경우가 드물더라도 수술로 인한 자궁내막염, 출혈, 요로감염, 혈전색전증 등이 정상분만보다 훨씬 많다. 반면 정상분만은 수술과 마취로 인한 위험성이 적고 입원기간의 단축, 의료비용 절감 등의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제왕절개술을 했던 산모도 정상분만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고,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정상분만을 하도록 권유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여러가지 위험을 무릅쓰고 정상분만을 시도하기엔 사회의 제반여건이 열악한 게 사실이다. 제왕절개술의 비율을 줄이려면 무엇보다도 처음 수술을 결정할 때 신중해야 한다. 이제 크레이긴의 경구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한 번 제왕절개수술을 한 여성이라면, 한 번쯤 정상분만을 생각해보세요』<김승보 경희대 의대 교수·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과장>김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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