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업 구조조정 외면 화 자초/재벌·노동시장도 대수술 가능성/활용따라 체질개선 호기 될수도정부가 21일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자금지원을 요청한 것은 기업으로 친다면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국제적인 부도유예협약 대상국가로 전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IMF가 사실상의 「경제통수권」을 행사하고, 한국은 IMF의 신탁통치국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는 향후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국민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될 것이 분명하다.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IMF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작업을 한국정부에 요구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향후 수년간 우리 경제가 초긴축 운영되면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IMF가 제시하는, 그리고 우리 정부가 따라야 할 정책방향은 한마디로 「압축성장의 거품제거」로 집약된다. 30여년간의 고성장·고물가 발전궤도를 전면 수정, 「적정성장 저인플레」의 정책기조를 통해 경상수지적자를 줄여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재정·통화긴축을 단행하고 민간소비억제 기업투자조정을 추진하며 부실금융기관을 대폭정리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재벌문제(경제력집중) 노동시장구조개선(노동시장경직성) 등 그동안 손대지 못했던 「뜨거운 감자」에 대한 과감한 수술이 「IMF의 이름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어차피 국민경제 존립을 위해선 피할 수 없는 선택이고 활용 여하에 따라 경제체질개선의 「호기」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한강의 기적」 「아시아의 네마리 용」으로 꼽히던 우리가 삽시간에 왜 이 모양이 됐을까. 경제전문가들은 만신창이가 된 한국경제 실패의 책임을 1차적으로 정부에 돌리고 있다. 우리 경제가 1만달러 소득시대를 맞이하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조정을 애써 외면한채 선진국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에 도취된 사이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중국 등 후발국의 협공을 받았다. 정부가 먼저 샴페인을 터뜨린 것이다. 특히 94∼95년의 반도체 특수에 힘입어 경상수지가 대형적자를 모면하자 요행을 악용, 우리 경제의 고질병인 「고비용 저효율구조」개선을 외면했다.
기업들도 무한경쟁이 심화되는 총성없는 경제전쟁의 와중에서 유일한 무기인 기술개발과 생산성제고에 전력하지 않고 「대마불사」의 신화에 안주, 빚을 재원으로 한 투자확대에만 골몰하다 삽시간에 붕괴하기 시작했다. 이바람에 금융기관도 수십조원의 부실채권을 걸머지게 됐고 대외신인도는 바닥을 모른 채 추락, 외국투자자들이 한국과의 돈거래를 기피하는 처지에 몰렸다. 국민들도 마찬가지였다. 경상수지 적자가 급증하는 데도 김포공항은 연일 해외여행자들로 붐비는가 하면 위스키, 향수, 골프채 등 외제사치품은 눈덩이처럼 수입액이 늘어났다.
그러나 IMF구제금융은 우리 하기에 따라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타의에 의한 구조조정이지만 어차피 우리 경제가 거쳐야할 과정인 만큼 전화위복의 계기로 슬기롭게 활용하면 오히려 보약이 될 수도 있다. 금융개혁, 정부구조개혁, 부실채권정리, 노동시장의 유연성제고, 고비용 저효율구조 타파, 경제력 집중해소 등은 자력으로 해결하기에는 하나같이 난제들이기 때문이다. 95년에 IMF지원을 받았던 멕시코는 긴급경제안정화대책을 추진, 주가가 1년만에 원상회복하는 등 갱생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이같은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기업 가계 모두가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김경철 기자>김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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