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경제 길들이기’ 속셈/IMF 앞세워 시장개방 등 관철/서구경제로 무차별 편입 노려미국은 왜 아시아 금융위기의 해결주체로 국제통화기금(IMF)만을 고집했는가. 동아시아 금융사태의 해결책을 놓고 미국은 IMF를 거쳐야만 한다고 주장했고 한국 등 당사국은 국가간 개별협상이나 역내기금을 활용하려고 해 또다른 갈등을 낳았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이미 IMF 자금을 끌어와 경제개혁에 착수했다. 우리도 결국 정부차원에서 IMF 구제금융을 신청키로 21일 최종결정했다. 문제는 피폐해진 경제를 회생시키는 것 못지않게 「누가 그 주체가 돼야 하는가」가 또다른 쟁점으로 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갈등의 밑바닥에는 IMF가 자금제공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많은 개혁조치들이 「경제주권」의 상실을 의미할 만큼 강도높은 것들이고 이는 결국 IMF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경제로의 편입을 가속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전제로 하고 있다.
지난달 인도네시아가 300억달러가 넘는 구제금융의 대가로 은행폐쇄 등의 자구노력을 강요받자 모하메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는 『차라리 속국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미국의 농간에 놀아나지 않겠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말하자면 『갈수록 덩치가 커지고 있는 동남아 경제를 IMF라는 조직을 통해 미국입맛에 맞게 다시 길들이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것이 동남아 각국이 보는 우려섞인 시각이다.
미국을 선두주자로 한 서방경제와 아시아경제권의 이같은 주도권 싸움은 아시아통화기금(AMF)의 창설문제를 놓고 벌어진 갈등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국가는 역내 금융위기를 자체지원할 수 있는 AMF의 창설을 적극 추진한 반면 미국은 『IMF와 중복된다』는 이유로 한사코 이를 반대했다. AMF가 독립화할 경우 동아시아경제권의 세력판도가 달러화에서 엔화로 급격히 기울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개방과 자유화」를 기본으로 하는 IMF 구제금융의 전제조건중 특히 긴축재정을 통한 시장경제에 대한 정부입김 배제, 외국직접투자 확대 등은 서유럽경제체제로의 무차별 진입을 위한 정지작업이랄 수있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제럴드 시걸 국장은 『이번 사태는 아시아인들의 해결방식이 한계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며 글로벌경제를 지향하는 서유럽규범의 도입이 필연적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태국의 한 민간경제연구소는 『이번 사태를 초래한 동남아 각국의 환투기는 미국정부가 개입된 고도의 전술이었다』며 『IMF 주도의 개방정책은 곧 「미국형 자유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다.<황유석 기자>황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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