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 여름 서해안 도서지역에서 실종된 고교생 3명이 북한에 의해 납치된 사실이 안기부의 간첩사건 발표를 통해 드러났다. 대남침투·공작을 위해 온갖 만행을 저질러 온 북한은 16, 17세의 학생들까지 납치, 이남화교육의 교관으로 쓰고 있다. 아들이 죽은 줄만 알았던 가족들에게 19년만에 들려온 생존소식은 기쁨보다 절망감을 안겨주었다. 북한이 납치사실을 잡아뗄 테고 인정한다 해도 돌려 보내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55년 이후 납북돼 억류상태인 사람은 이들 고교생 3명까지 합쳐 453명이나 된다. 납북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그렇지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다. 피랍자들의 가족은 북한의 만행에 치를 떨고 있다. 95년 7월 옌지(연길)에서 납북된 안승운 목사의 가족들은 형극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노르웨이 유학중 79년에 납치된 전 수도여고 교사 고상문씨의 부인은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지난 해 7월 안타깝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수많은 실종사건의 피해가족들은 인신매매범죄만 생각하다가 북한이 저지른 납치사건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전율하고 있다.
그러나 가족들의 피맺힌 호소를 들은 척도 하지 않는 북한은 적화야욕을 버리지 않은 채 무장잠수함·간첩이나 내려 보내고 언론기관에 대해 가당찮은 폭파·살해위협을 계속하고 있다. 인명살상용 무기를 은닉한 드보크가 이번에 밝혀진 것까지만 23군데나 된다. 지난 8일 대한적십자사가 이산가족면회소 설치합의를 위한 대표접촉을 제의한데 대해서도 북한은 아무 반응이 없다.
정부는 고교생 3명을 비롯한 피랍자들의 자료를 수집해 유엔인권센터에 보내거나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에 이들의 송환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 주도록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납북자송환을 위해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북한은 이미 일본에서도 다구치 야에코(전구팔중자·일명 이은혜) 등 민간인들을 납치해 갔다. 피랍자 송환을 위해 민·관이 모두 나서 유기적으로 활동하는 일본에 비하면 우리의 송환노력은 부끄러울 만큼 미미하다. 납북자들을 이산가족의 범주에 포함시켜 적극적인 송환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던 정부가 정작 이번 사건에 대해 아무런 공식 태도표명을 하지 않는 것은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표류중이거나 홍수로 떠내려온 북한의 어부, 군인들을 인도적 차원에서 모두 돌려 보냈다. 그러나 짐승도 고마움을 아는데 북한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나라라고 할 수도 없을 것같은 테러집단이 인간의 짓이라고 할 수도 없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으니 참으로 딱하다. 이유없는 납치와 억류는 스스로 외교적 고립을 심화시키고 국제사회에서 테러국가라는 낙인만 더 짙게 할 뿐이다. 북한은 납북자 전원을 하루 속히 돌려 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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