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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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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제금융투자가 조지 소로스(67)의 모국은 헝가리다. 아버지는 유대인 변호사였다. 나치의 홀로코스트(대학살)에서 살아남아 런던으로 이주한 것이 17세 때였다. 그는 이 곳에서 「열린 사회」의 철학자 칼 포퍼에 경도됐다. ◆거금을 아낌없이 쏟아 붓는 그의 자선활동은 이 때 그 씨가 뿌려졌다. 26세 나던 해 미국에 정착하면서 그는 주식투자로 떼돈을 버는 방법을 깨달았다. 이것으로 그는 두가지 일을 벌이고 있다. 하나는 막대한 국제금융자본의 힘으로 경제·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는 일이고, 또 하나는 젊은 시절의 박애주의 이념을 실현하는 일이다. ◆동유럽 민주화의 여파로 92년 여름부터 유럽 전체의 화폐가 불안해졌다. 이를 간파한 소로스는 이탈리아 리라화와 영국 파운드화를 대량 방출했다. 영국정부는 마침내 금리를 올려 자국 통화가치를 방어하지 않으면 안되는 수모를 당했다. 이 전대미문의 국제 환투기로 그는 10억달러(약 1조원)를 벌었다. ◆그에게는 「영란은행 파괴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동남아의 금융위기도 그 시발이 소로스의 음모에 있었다고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는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원래 외환 투자가란 더 싼 값에 더 많은 통화를 확보하기 위해 불안한 통화를 공략해 값을 떨어뜨리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다만 경계해야 할 것은 자선행위의 명분과 막대한 투기자본의 힘을 빌려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나라의 내정에 개입하는 경제침략 기도다. 이경식 한은총재가 소로스를 만나 협력을 부탁할 것이라고 한다. 국제금융자본이 개별 국민 국가를 지배하는 시대의 도래를 예측한 피터 드러커의 통찰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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