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회학계의 원로학자인 고영복 서울대 명예교수가 1961년부터 36년간 북한의 고정간첩이었다는 것은 참으로 충격적인 일이다. 국민이 존경해 온 교수로 알려져 왔고 한국사회학회회장과 평통자문위원 등을 지낸 그가 실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북한의 충실한 공작원이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부끄러움이자 심각한 문제점 또한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안기부가 체포한 북한의 부부간첩인 최정남과 강연정에 의해 드러난 고교수의 행각은 어이가 없다. 6차례에 걸쳐 북의 공작원들과 접선, 지령에 따라 암약했으며 특히 73년 남북적십자회담자문위원으로 방북중 북한측에 회담전략을 제보까지 했다는 데는 깊은 배신감마저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고교수의 반국가적행위 외에 함께 드러난 심정웅일가의 지하간첩사건도 주목할 만하다. 58년부터 심 등을 입북케 하여 교육시킨 후 39년간이나 가족을 간첩단으로 운영케 하고 특히 기간시설인 지하철을 유사시에 파괴·마비시킬 공작을 해왔음은 북한의 공작이 얼마나 집요하고 끈질긴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부부간첩에 의해 밝혀진 놀라운 사실은 지난 2월15일 사망한 김정일의 전처인 성혜림의 조카 이한영씨에 대한 피격은 북한의 사회안전부 소속 테러전문요원 최순호 등 3인에 의해 자행됐음이 밝혀진 것이다. 이씨 피살사건은 예상했던대로 북한의 보복테러가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더구나 부부간첩이 고교수에게 귀순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소재확인을 지시한 것으로 보아 또다시 보복테러를 계획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북한의 납치작전 역시 사실로 확인됐다.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78년 선유도와 홍도 등에서 10대 고교생 3명을 납치한 후, 현재 이들은 대남공작원들에게 남한의 말씨와 습관 등을 지도하는 소위 이남화 교관으로 활동중이라는 것이다.
첫 부부간첩인 최·강조의 남파는 북한의 대남전략이 매우 대담해졌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과거 이선실 케이스처럼 위조한 주민증으로 셋집을 마련, 장기체류하면서 고첩과 접선하고 동조세력을 포섭하려는 것이다. 이번 최·강도 많은 신형장비를 갖고 침투, 두달반 동안 전국 각지를 다니며 적응훈련을 한 뒤 셋집을 얻는가하면 무기 등을 은닉한 드보크를 도처에 설치한 것은 남한을 간첩들의 놀이터로 삼을 정도로 우리의 대공의식과 경계 태세가 완전히 구멍이 났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부부간첩과 고교수 등의 체포는 남한에 암약중인 많은 고정간첩 중 빙산의 일각이라고 할 수 있다. 몇년전 체포된 무하메드 깐수는 고첩을 수백명이라고 했다. 소련공산체제가 붕괴되고 경제난·식량난이 극심해도 남한의 교란·전복·적화 목표는 하나도 변함이 없다. 당국의 엄중한 경계대책과 함께 온 국민이 나서서 저들의 침투 전복행위를 막고 감시해야 할 것이다. 대간첩 태세의 총체적 재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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