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포항 출발 3일만에 거제도 ‘안전상륙’/모선 공해상 추적실패… 레이더도 ‘구멍’부부간첩 최정남·강연정이 남해안으로 침투한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해 9월 동해안 잠수함침투사건 이후 군당국은 해안경계를 강화해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으나 또 해안경계망이 뚫려 국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20일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부부간첩은 지난 7월30일 하오 7시 평남 남포항에서 호송 안내원 3명, 무장안내원 20명과 함께 어선으로 위장한 공작모선을 타고 서해안 공해상을 이용, 남하하다 제주도 남쪽을 거쳐 8월2일 하오 9시께 거제도 남방 공해상(대마도 서쪽)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간첩은 호송안내조 3명과 함께 5톤 크기의 반잠수정으로 갈아타고 거제도 해안 500m지점까지 접근한 뒤 오리발 등 수중침투 장비를 착용하고 2일 달빛이 없는 하오 11시30분께 거제도 해금강 갈곶리 해안에 상륙했다.
거제도에는 육군 파도부대 1개 대대 병력이 주둔하고 있으나 레이더기지 요원 등을 제외하고 70여명이 출입선박확인 등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그러나 군은 거제도 해안선의 길이가 총 276㎞에 달해 70여명의 병력으로 물속으로 헤엄쳐 들어오는 적을 발견해 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게다가 당시 해금강 일대는 휴가철로 하루 평균 8만명의 피서객이 몰려들어 해안 일대가 텐트로 뒤덮여 있고 밤낚시를 나가는 배들도 많았던 때라 더욱 색출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특히 이들이 이용한 반잠수정은 수면위로 20㎝ 정도만 내민채 항해할 수 있어 파도가 칠 경우 밤에는 육안 식별이 불가능하고 선체를 특수페인트로 처리해 레이더에도 잡히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러나 해안경계의 이같은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당국이 이들의 해안침투는 물론 시내로 들어갈 때까지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해안경계망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먼저 북한의 간첩모선을 위성을 통해 감시하던 군당국이 남포를 출항한 후 공해상에서 추적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경우 군당국은 즉시 전 해안에 특별경계령을 내려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특히 북한 반잠수정이 우리 해안에 접근할 때 거제도 일대 해안에 설치된 3개 레이더의 탐지범위가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나 북한이 사전에 우리측 레이더의 위치와 탐지범위를 정확히 파악하고 침투했을 것으로 추정돼 해안경계작전의 대대적인 재정비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윤승용 기자>윤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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