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 포섭·73년 적십자회담때 우리전략 누설/정부자문활동 적극참여… 차관급 공직 맡기도국가안전기획부 수사결과 36년간 북한의 고정간첩으로 활동한 것으로 밝혀진 고영복 서울대 명예교수는 온건한 보수우익계 인사로 알려진 한국 사회학계의 원로다.
28년 경남 함양군 함양읍에서 출생한 고교수는 54년 서울대 사회학과, 56년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화여대, 성균관대 교수를 거쳐 66년부터 서울대교수로 재직했으며 93년 정년퇴임후 명예교수로 위촉됐다.
고교수는 해방직후 대학에 입학한 「해방후 1세대」사회학자로 한국사회학의 기초를 닦은 학자로 인정받아 왔다. 「한국사회의 구조와 의식」 「사회정책론」 「현대사회심리학」 「사회학개론」 등 22권의 저서와 1백여편의 논문을 발표한 고교수는 정년퇴임을 앞둔 91년에는 「사회문화연구소」를 설립, 소장을 맡아 연구활동을 계속해 왔다.
서울대 재직중 정부자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남북적십자회담자문위원, 국무총리정책자문위원, 보사부산하 사회보장심의위원 등을 지냈으며 94년에는 차관급인 문체부산하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원장을 맡기도 했다. 고교수는 이같은 공적을 인정받아 93년에는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고교수는 지난 5월 정신문화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 세미나에서 『확고한 자유민주주의체제 구축을 위해 대선에서 보수우익인사가 선출돼야 하며 보수우익세력의 단결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1남2녀를 둔 고교수는 지난달에도 한 일간지에 대선을 앞두고 이전투구를 일삼는 정치판을 질타하는 칼럼을 게재하는 등 최근에도 꾸준히 집필활동을 해왔다.
고교수는 서울대 재학중 한국전쟁이 터지자 의용군에 입대했다가 생포돼 거제도포로수용소에 수용됐으며 53년 6월 반공포로로 석방됐다. 고교수의 삼촌 고정옥은 한국전쟁때 월북, 김일성대학 교수로 재직하다 사망했다.
안기부는 고교수가 이대 강사로 재직중이던 61년 의용군에 함께 입대했던 친구 장내윤(월북)과 삼촌 고정옥의 부탁을 받고 남파됐다는 한 공작원에게 포섭돼 『서울대를 중심으로 진보적인 청년학생들속에 조직사업을 전개하라』는 지령을 받았으며 「공수산」이라는 공작부호까지 부여받았다고 밝혔다.
안기부는 특히 고교수가 73년 7월 제7차 남북적십자회담 자문위원으로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북측 자문위원인 강장수(72)로부터 「이번회담에서 남측에서 중대제의를 한다고 하는데 그 내용을 알려달라」는 메모를 받고 「이산가족 확인 상봉 등에 대해 구체적인 제의를 할 것」 「면회소설치를 제안할 것」이라고 쓴 쪽지를 건네주는 등 우리측 회담전략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20일 고교수가 고정간첩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대 대학본부와 교수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교수들은 한결같이 『믿기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이번 사건이 몰고올 수도 있을 파장을 우려했다.
한편 남파간첩이 포섭대상으로 삼았다는 서울대 사회학과의 김모교수는 20일 『남파간첩이 찾아오지 않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고교수가 남파간첩이나 북한에 관한 얘기를 건넨 적도 없다』며 『15일 안기부 수사관 2명이 찾아왔을 때도 이같은 사실을 분명히 얘기했었다』고 말했다.<윤순환 기자>윤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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