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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 이기는 법」/이병일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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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 이기는 법」/이병일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7.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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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도 한달이 채 안 남았다. 다음주 입후보자 등록이 마감되면 청와대의 주인이 되고자 꿈꾸는 입후보자들은 본격적으로 국민들 속으로 뛰어들게 된다. 현재로는 누구도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혼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흑색선전 등이 난무해 혼탁 선거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각 후보들은 나라살림이 부도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이를 걱정하고 앞장서 타개하기는커녕 당선만 되면 된다는 식으로 흑색선전도 부족해 지역감정까지 이용하려 하고 있다. 당선되는 사람은 현재의 경제위기를 떠맡아야 하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인데 마치 이들만이 이를 모르는 것 같다.

이러한 후보들 중에서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국민들만 답답할 뿐이다. 다행히 망국병이라고 할 지역감정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각 후보의 지지분포도가 전국에 골고루 퍼져 있지 않고 땅뺏기식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도 마음에 걸리는 일이다.

「형님, 이탈리아의 전구역을 마음 속에 그리고 기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떠한 지역도 형님을 100% 지지하지 않는 곳이 없도록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모든 사람을 찾아가 만나십시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밝은 희망과 탁월한 정견하면 형님을 떠올리고 기대를 갖도록 하십시오」

로마시대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키케로가 BC 63년 집정관에 출마했을 때 그의 동생이 그에게 보낸 편지 내용의 일부분이다. 현재 남아 있는 이 편지는 입후보자가 마음에 담아야 할 「선거에 이기는 법」을 적은 것으로 그 내용이 갖는 무게는 21세기를 눈앞에 둔 지금도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2,060년 전에 지역할거주의를 배격하고 정책제시를 제의한 점은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지역감정이 특징처럼 된 우리나라 선거를 예견하고 경계한 것 같다. 「밝은 희망과 탁월한 정견하면 형님을 떠올리고 기대를 갖도록 하라」는 구절은 우리 대통령 후보자들에게 전해 주고 싶다.

각 후보들은 키케로 동생이 제시한 「선거에 이기는 법」을 한번쯤 깊이 음미해야 한다. 경선불복같은 민주주의 룰을 무시하는 비민주적 처사는 삼가고 깨끗하고 투명한 자세로 정책대결을 해야 한다는 대원칙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것은 당선 후 「나라를 잘 다스리는 법」이기도 하다.

로마시대엔 선거하면 깨끗함을 원칙으로 삼았다. 이 때문에 후보들은 깨끗함의 상징인 하얀 옷을 입고 전국을 순회하며 선거운동을 했다. 당시 흰옷 입은 후보들을 「Candidatus」라고 했다. 이것이 발전해 영어의 후보자를 뜻하는 「Candidate」가 된 의미를 각 후보는 깊이 새겨야 한다.

대통령이 되려는 야망을 갖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로마시대에 전국순회 선거운동을 「Ambitio」라고 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은 개인으로선 포부를 이루는 일이다. 「Ambitio」가 발전해 영어의 야망을 뜻하는 「Ambition」이 됐지만 이를 이루는 방법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민주주의 룰을 무시하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만 되면 된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포부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탐욕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는 야망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얼굴로 요즘 대통령을 노리는 사람중에 이같은 이미지를 씻기 어려운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후보들이 정말 나라를 생각했다면 국가살림이 이처럼 파탄지경에 이르도록 방치할 수는 없었다. 먼저 협조를 부탁하지 않는 대통령도 그렇지만 이를 대통령과 협의하겠다고 나선 후보가 없었던 것도 문제다. 대통령과 각당 후보가 만나 협의했다면 금융개혁법안이 이처럼 표류했겠는가. 이러한 상황에선 「밝은 희망과 정책을 기대할 수 있는」 후보는 아무도 없다.

선거가 정책대결이 중심이 되고 토론문화가 몸에 베었다면 지금 나라 꼴이 이같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책대결이나 정책토론을 멀리한 선거전을 통해 당선된 대통령은 자연히 정책결정도 독단으로 하기 쉽다. 「깜짝 쇼」가 많다는 것은 이를 사실적으로 말해 준다고 하겠다.

각 후보는 현재의 나라위기를 거울삼아 정책대결을 하고 귀를 열어야 한다. 2,000여년 전에도 이를 꿈꾸었는데 21세기를 눈앞에 둔 우리가 이를 못한데서야 말이 되겠는가. 이것은 21세기 민주 한국의 토대를 탄탄히 할 뿐만 아니라 「선거에 이기는 법」이자 「나라를 잘 다스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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