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원이 최근 일간지에 「98년도 대한민국학술원상(43회) 시상요강」이란 9×16㎝ 크기의 광고를 내고 있다. 그 내용은 매년 이때 쯤이면 발표되던 학술원상 후보자 추천접수와 거의 다르지 않아 가볍게 지나치기 십상이다. 그러나 자세히 읽어 보면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달라진 부분은 바로 「1998년 1월31일 현재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으로 학술연구에 탁월한 업적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란 수상대상자 규정이다. 97년도 시상자까지만 해도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이 아닌 자」란 회원에 대한 제한이 없었다. ◆이것은 지난 7월 학술원이 회원들에게는 상을 주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실천으로 옮긴 것이다. 학술원은 55년 창립된 후 매년 학술원상을 시상해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수상자 1백11명중 90여명이 회원으로 회원들이 돌아가며 받는 상이란 비판을 면치 못했다. ◆학술원이 40여년만에 이같은 관행을 스스로 포기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사회는 이를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였었다. 밥그릇 싸움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이는 정말 흉내내기 어려운 결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를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학술원이 이번 광고로 7월의 선언을 현실화함으로써 학술원상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젊은 인재들에게 수상의 길을 활짝 열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법조계까지도 영장실질심사제를 두고 다투는 등 밥그릇 싸움이 만연하고 있는 사회풍토에서 하나의 모범을 보였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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