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씨 “차용” 비판논문에 작가 안규철씨 반박 논란「국내 30, 40대 유학파 작가가 현지 작품을 무비판적으로 차용하고 있다」는 미술사가 김정희씨의 주장에 대해 작가 안규철씨가 반박하고 나서 미술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김씨는 지난 8일 현대미술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 「국내 젊은 작가들의 수용의 문제」를 통해 안규철, 박소영, 이수홍, 신경희, 최진욱씨 등 유학파 작가들이 현지 작가들의 작품을 차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철학을 바탕으로한 개념미술의 결과물만을 차용, 특이한 형태에 논리를 덧붙이는 방식은 우리 미술계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
이에 대해 안씨는 『현대미술은 외형적 형태뿐만 아니라 그 안에 내포되는 개념과 의미에 더 큰 비중이 있는 개념미술이다. 형태가 유사하다는 이유로 베꼈다고 주장하는 것은 「같은 색의 자동차는 모두 같다」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안씨는 또 김씨가 거론한 칠판 작품인 「나/칠판」에 대해 ▲요셉 보이스가 대중강연에 사용했던 칠판과는 전혀 다르며 ▲한 작품의 앞뒷면을 두 작품으로 이해, 직접 작품을 본 적이 없다는 의심이 들며 ▲이 작품은 93년 보이스의 모국인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미술학교 연례전시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현대미술의 맥락을 이해한다면 안씨의 주장은 타당성이 있다. 장인적 기질보다는 철학적 성찰에 더 큰 비중을 두는 현대미술은 작품이 놓인 공간과 시간이 모두 의미작용의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의 입장에서 보면 김씨의 주장에도 귀가 솔깃해진다. 대중은 철학적 배경없이도 「독창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작품을 원하기 때문이다. 오브제만 대강 엮어 요란한 철학으로 포장하고, 그것을 「현대미술」인 것처럼 위장하는 요즘 일부 작가들에게 대중이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논쟁은 과연 현대미술의 「독창성」은 어디까지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따라서 「누가 누구를 베꼈다더라」는 식의 선정적이고 피상적인 접근보다는 현대미술의 「소통」문제, 한국적 현대미술의 방향성을 다시금 짚어보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한 것같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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