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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안정,결단과 자구로(사설)

입력
1997.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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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렬 부총리 등 새 경제팀이 들어서고 강력한 금융시장안정대책이 발표됐다. 외환시장의 마비속에 「국가부도」를 막는 일이 화급한 상황에서 새 경제팀의 등장과 금융안정대책은 한 가닥 새로운 기대를 걸게 한다.새 경제팀의 최우선과제는 무엇보다 대내외적으로 실추된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금융시장에 만연된 위기의식의 상당부분은 정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고 해외 차입이 사실상 중단된 것도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정책이 해외로 부터 회의와 불신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어제 발표된 금융시장안정대책은 공황국면에 처해 있는 금융시장을 회복시키겠다는 다각적인 정부 의지가 강도높게 반영되어 있다.

우선 20조원이 훨씬 넘는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가운데 악성채권을 대부분 인수할 수 있도록 성업공사의 부실채권인수기금을 당초 3조5,000억원에서 10조원으로 대폭 늘리고 일괄인수 방식을 택한 것은 획기적인 발상이다. 또 은행과 종금사 등 부실 금융기관에 대한 인수합병 등 구조조정을 구체화하겠다는 방향은 늦은 감이 있다.

외환대책도 과감하다. 특히 중장기채권시장의 개방을 올해 안으로 시행하겠다는 것은 채권시장 개방에 따른 핫머니유입에 대한 대응책을 감안하더라도 우리 금융시장에 상당한 파급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그 시급성을 감안하더라도 대규모의 국민부담을 전제로 하고 있다. 금융기관부실채권 인수기금에 대한 재정지원확대나 정부 베이스의 해외차입은 결국 국민의 몫이다. 국민의 부담을 전제로 한 만큼 원천적으로 이같은 상황을 초래한 부실금융기관과 부실대기업 등은 그에 상응한 보상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는 그러한 노력이 금융계나 재계의 자율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율노력만을 결코 믿을 수 없다는 점도 강조한다. 정부가 나서서 부실 금융기관의 인수합병이나 폐쇄, 부실기업의 자구노력 등 구조조정을 강제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이번 금융안정대책이 비상 조치이듯이 금융계와 재계도 비상적인 자구노력이 병행돼야만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고 궁극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이와함께 외환시장의 파국을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가 제시한 대외차입 확대방안도 중요하지만 외환에 대한 국내수요의 획기적 축소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정부부터 공무원 출장 등 외화수요를 최대한 줄이고 대규모 차입을 필요로 하는 중장기 재정프로젝트의 완급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경상적자가 대부분 무역외수지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 민간의 불요불급한 외화수요도 강력히 축소하는 방안이 보완돼야 한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금융위기극복을 위한 첫 걸음일 뿐이다. 금융계와 재계 등 경제주체 모두의 총체적 자구노력이 따르지 않는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새 경제팀은 경제주체의 희생이 필요하다면 이를 요구하는 용기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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