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프랑스 등 유럽의 신문지상에 유럽대륙의 경제를 거시적으로 진단하는 칼럼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데 그 논조가 전과 상당히 달라졌다.지난해 이 때쯤만해도 그런 기사들은 한결같이 유럽경제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 한숨을 푹푹 쉬는 의기소침한 내용이었다. 동아시아에 빼앗긴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영원히 상실한 채 그대로 주저앉고 마는 게 아니냐는 패배주의적 감상마저 드러나곤 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유럽언론들의 보도에 그같이 어두컴컴한 자조적인 색조가 서서히 걷히고 있다. 대신 유럽의 경제가 긴 잠에서 깨어나고 있음을 전하는 보도들이 여러 지면에 등장하고 있다.
예컨대 파리에서 발행되는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의 최근 런던발 기사는 『유럽 기업들이 지난 수년간 뼈를 깍는 고통을 인내하며 구조개편과 경영쇄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가 이제 나타나고 있다』고 대서특필하고 있다.
다양한 기업 지표들이 이같은 분석을 실증하고 있다. 올해 유럽 기업들의 평균 매출신장율은 미국의 두배가 넘는 2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2, 3년전만해도 미국의 절반 수준이었던 수익률이 2000년에는 미국에 버금갈 정도로 개선될 전망이다. 지난해까지도 52억프랑의 결손을 기록했던 프랑스의 국영 자동차회사 「르노」마저 올해는 이미 상반기중에 흑자로 돌아선 사실이 이같은 전반적 추세를 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유럽의 경제력 강화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유럽 언론들의 보도는 묘하게도 최근 한국 등 동아시아의 금융위기 사태와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프랑스의 유력 경제지들은 작금의 한국 사태가 정부·은행·기업의 3자 유착에 의한 필연적 결과로 앞으로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는 듯이 보도하고 있다.
유럽등 외국의 기업들이 경쟁력을 되찾아 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기업들이 금융공황에 빠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닥치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파리>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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