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다 다케시 감독은 일본축구를 벼랑에서 구해냈다.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예선전에서 일본은 아랍에미리트(UAE)와의 홈경기에서 득점없이 비기고 최약체 카자흐스탄과의 원정경기에서는 경기종료직전 동점골을 허용, 1―1로 비겼다. 그러자 일본축구협회는 가모 슈감독을 전격경질하고 코치였던 오카다에게 전권을 맡겼다. 이후 일본은 조 2위가 유력하던 UAE가 우즈베키스탄과의 홈경기에서 비기는 바람에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했고 한국을 제압한 뒤 이란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승리, 천신만고끝에 사상 최초로 본선진출 티켓을 획득했다.12년전 한국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있었다. 문정식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멕시코월드컵 1차예선 원정경기에서 복병 말레이시아에게 0―1로 덜미를 잡혔다. 그러자 난리가 났고 협회는 대표팀코치였던 김정남씨를 새 사령탑으로 전격 기용했다. 이후 한국은 말레이시아가 상대도 되지 않을 것 같았던 네팔과의 원정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하자 힘을 얻었고 연승으로 1차관문을 통과했다. 또한 인도네시아, 일본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승리, 54년 스위스대회이후 32년만에 본선에 오르는 쾌거를 이룩했다.
오카다와 김정남씨는 모두 위기에서 팀을 구해낸, 운을 타고난 영웅들이었다. 따지고 보면 차범근 감독도 난세의 영웅이다. 한국축구는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이란에게 2―6으로 참패하며 예선에서 탈락하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박종환 감독에 이어 사령탑에 기용된 차감독은 이후 만신창이가 된 대표팀 전력을 추슬러 이번 예선전에서 순항끝에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본선진출을 결정지었다.
요즘 우리의 실정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바로 난세다. 연일 환율이 폭등하고 증시는 얼어붙어 국가경제는 파산직전에 몰린듯 불안하고 이합집산의 정치 또한 마찬가지다. 때마침 국가사령탑의 교체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대선후보들은 국민에게 신뢰감과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들에게서 오카다, 김정남, 차범근처럼 난세를 극복한 영웅을 기대한다면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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