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경제회생과 부정부패 척결과 국가기강 확립을 가장 시급한 3대 과제로 제시했었다. 5년이 지난 지금 경제는 사망 직전의 위독한 상태이고 부정부패는 대통령의 아들과 측근까지 연루될 정도로 심화됐으며 국가기강은 붕괴되고 말았다. 국민들은 국정이 난맥상태가 되었는데도 대통령을 비롯, 국무총리와 장관, 정치지도자까지 누구 하나 책임을 지고 수습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분노하고 있다.무책임병은 정치권에도 만연된지 오래다. 어제로 막을 내린 올해 정기국회는 한마디로 무책임한 정치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정기국회회기는 본래 100여일인 것을 올해는 대통령선거 관계로 70일로 단축키로 합의한 바 있다. 문제는 각 당이 국회운영대책을 지극히 소홀히 한데다 많은 의원들이 결석과 태만으로 일관한 것이다. 아무리 대통령선거시즌이라지만 국민에게 약속한 의정활동에 대한 책무를 다했어야 했다.
이번 국회의 3대 이슈는 금융개혁관련법안, 형사소송법개정안과 새해 예산안 심의였다. 먼저 금융개혁법안을 미결로 다음 국회로 넘기기로 한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무능·무책·태만이 빚은 결과였다. 정부는 금융개혁법안을 낡은 금융구조를 국제적 흐름에 맞도록 대폭 수술, 개선하는 매우 중요한 틀로서 한국경제의 사활이 걸린 과제라고 했었다.
이처럼 중요하다는 법안을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임무를 다한 듯 느긋한 자세로 일관하다 경제가 붕괴하자 느닷없이 이 법안이 통과 안되면 경제를 살릴 수 없다며 뒤늦게 법석을 피워 국민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국회 역시 법안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공청회 등을 열어 진정으로 이 개혁안이 관치를 벗고 한국은행의 독립성 부여와 합리적인 감독기능 설정 등으로 자율금융체제를 확립할 수 있는 조정안이라도 만들었어야 했다. 각 당이 금융계의 반발에 눈치를 보다가 당략으로 통과를 미룬 것은 사경의 중환자를 둔채 처방을 미룬 것이나 다름이 없다.
영장의 실질심사제를 손질, 국회서 통과시킨 형소법 개정안의 경우 마치 검찰과 법원의 밥그릇 싸움처럼 비쳐 씁쓸하다. 시행한지 1년도 안된 기본권에 관한 중대한 사안인 만큼 검찰과 법원의 감정대립이나 판·검사 출신의원들간의 대결양상을 떠나 국회는 역시 공청회 등을 거쳐 합리적인 개정안을 만들었어야 했다.
국민들은 깊은 시름에 젖어 있다. 나라가 과연 온전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경제가 붕괴되어 실업자가 늘고 증시가 추락하고 물가와 환율이 치솟아 이제 한국은 용은 커녕 국제통화기금(IMF)에 달러를 구걸할 형편으로 전락했는데도 청와대와 정부는 손을 놓고 있고 각당 후보들의 관심은 오직 표와 여론조사의 지지율 뿐이다.
이래 가지고는 안된다. 김대통령은 후보들을 긴급초청, 국가비상대책회의를 갖고 경제소생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또 각당 후보들은 즉각 국회를 열어 경제회생대책을 강구하는 한편 금융개혁안을 재심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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