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이집트의 고도 룩소르에서 발생한 회교무장단체의 무차별 총기난사 사건으로 이집트의 관광산업이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관광객 60명을 포함, 70여명이 숨진 사건 직후 세계 각국의 여행사들은 이집트에 머물고 있는 관광객들의 귀국을 서두르는 한편 향후 이집트 여행계획을 잇달아 취소하고 있다. 이집트 관광객중 최다를 차지하는 독일, 3위인 영국은 자국민에게 이집트 여행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 현지여행사 사장은 『이번 시즌은 물론 다가올 시즌도 끝장났다』고 한탄했다.
이집트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한 테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92년 회교국가 건설을 목표로 무장투쟁을 선언한 회교원리주의 단체들은 대정부 투쟁의 주요수단으로 관광객에 대한 테러를 택했다. 최대 외화수입원인 관광산업을 파괴함으로써 정부를 뿌리째 뒤흔들겠다는 계산에서다. 그러나 이번 사건 만큼 심각한 타격을 입힌 적은 없었다.
우선 피해 규모에 있어 사상 최대다. 역대 가장 피해가 컸던 96년 4월 기자지역의 그리스 관광객 총격사건 당시 사망자는 18명. 92년 이후 외국인 테러희생자를 모두 합쳐도 이번 사건 사망자의 절반을 조금 넘는 38명이다. 시기도 문제다. 앞으로 몇달간은 이집트 관광의 최대 성수기. 더구나 걸프전의 여파와 회교무장단체들의 테러 위협으로 위축된 관광산업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 급성장하고 있었다. 92년 200만명 수준이던 관광객수는 지난해 곱절인 400만명으로 늘어났고, 최소 20억달러의 수입을 올려줬다. 사건 발생 장소도 파장을 극대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룩소르는 고대도시국가 테베가 있던 곳으로, 나일강을 따라 양편으로 신전과 고분이 즐비한 이집트 최대의 관광지. 테러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테러범들이 총기를 난사한 하셉수트 여왕 장제전 앞은 정부가 관광산업 진흥을 위해 막대한 돈을 들여 지난달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를 공연했던 곳이다. 정부는 독일인 관광객 등 10명이 숨진 9월 카이로 박물관 앞 폭탄테러 사건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범인인 형제에 대한 재판을 한달만에 초고속으로 진행, 사형을 선고하는 한편 이 행사를 기획했다. 테러범들은 바로 이곳을 범행장소로 택함으로써 정부에 치명타를 안겼다.<이희정 기자>이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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