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도 강연도 독백도 아닌 말하기 자체가 목적인 예술/24일 성좌소극장에서노시인 성찬경(67·한국시인협회장)씨가 「말 예술」이라는 실험적 예술공연을 24일 서울 대학로 성좌소극장에서 펼친다. 성씨의 「말 예술」 공연은 지난해 12월 처음 열린 데 이어 이번이 두번째.
「말 예술」이란 말은 우리에게 낯설다. 『말 예술은 나의 다년간의 시 낭독 연습에서 착안한 것이다. 외형은 시 낭독과 별반 다를 바가 없지만 행위의 동기에서 둘은 확연히 다르다. 시 낭독이 시를 감명 깊게 잘 낭독하려는 생각에서 하는 행위라면, 말 예술은 처음부터 말한다는 행위 자체에 심미적 의식을 가하는 예술행위』라는 것이 성씨의 설명이지만 그래도 미진한 점은 남는다.
성씨의 「말 예술」은 일종의 문학적 퍼포먼스(행위예술)라고 보면 될 것같다. 『연극도 강연도 독백도 아닌 말하기 자체가 목적인 예술』이라는 것이다. 성씨는 이번 공연에서 「포폴로좌의 별들」 등 자신의 최근 자작시 12편을 낭송한다. 통상의 시 낭송회와는 달리 그는 조선시대 선비의 옷차림인 도포를 입고 두건을 쓰고, 어떤 틀에 구애되지 않고 자신의 시를 읽어내린다. 중간중간에 시가 아닌 산문도 섞인다. 재즈 평론가이자 시인인 아들 기완(30)씨가 도입부와 퍼포먼스 중간중간에 쓰이는 음악을 맡았다.
성씨는 「아아, 오늘은 날씨가 좋구나」라는 말을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답고 품위 있게 한 만 번쯤 연습한 다음 무대에서 그것을 공연하면 그대로 「말 예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물며 「시야말로 모든 말의 형식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뜻이 깊은 말의 형식」이라는 것. 물론 거기에는 말하는 자의 모든 감각이 동원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학로 바탕골예술관에서 연 공연은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퍼포먼스의 새로운 형식을 창출해냈다는 호평도 받았다. 당시 공연에서는 고구려 관복차림을 했다. 성씨의 이런 기발한 착상은 그가 20년 이상 계속해온 시 낭송회가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구 상, 박희진 시인 등과 매달 계속해 210회를 넘고 있는 공간 시 낭독회 등에서 성씨는 일반 시 낭독회가 매너리즘에 빠져 천편일률이 되거나 청중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는 것이다.
성씨는 앞으로 정기 공연을 계획, 말 예술을 새로운 예술의 한 장르로 개척해나간다는 욕심이다. 아들 기완씨는 『아버지가 어린이 같은 열정적인 자세로 말 예술을 준비하면서 고생하시는 것을 보니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의 제목인 「포폴로좌의 별들」은 성씨가 어릴적 별들을 보고 느낀 점과 지금의 달라진 감회를 읊은 시다. 「포폴로좌의 별들은/ 포폴로 포하며 나에게 깊은 말을 속삭였다/ 나는 그 뜻을/ 알아들을 수 없었으나/ 가슴 속 제일 깊은 곳에서는/ 느끼며 이해했다/ 나의 운명에 관한 얘기였는 데/ 그럴 때마다 나는/ 오래 가시지 않는/ 신비스런 위안을 받곤/ 했었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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