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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실물경제도 강타

입력
1997.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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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업계 은행서 대금결제 꺼려 자금조달난 심각/외국계은마저 거래기피 외상수출 사실상 불가능경색된 외환시장 때문에 무역업계가 위축되고 있다. 외국환은행들의 대금결제 기피로 수출업계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있고 일정기간후 수출대금을 받는 연불수출계약은 엄두를 낼 수 없는 형편이다. 금융위기가 실물부문을 강타, 외환위기―수출입자금 결제기피―수출부진―외화부족의 악순환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18일 통상산업부와 무역업계에 따르면 최근 상당수 국내 외국환은행들은 만기가 되지않은 수출환어음을 할인해 달라는 무역업계의 요청을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협회 황두연 상근부회장은 『은행들이 해외차입여건 악화로 외화자금을 구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결제를 기피해 수출업계는 외상수출분에 대한 대금지급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국내 외국환은행들은 은행의 보증이 있는 LC방식의 수출에 대해서도 수출대상국가의 신용도가 낮을 경우 대금결제를 꺼리고 있으며 일부 은행의 경우 일선지점에서 무역업체와의 거래관계를 고려해 외상수출분에 대한 결제를 하려고 해도 본점에서 이를 직접 통제하는 바람에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들어서는 수출거래형태에 따라 수출환어음 매입에 대해 일일한도나 건당한도를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A은행의 경우 은행보증이 없는 추심방식 수출에 대해서는 즉시지불형태이든 외상이든 10만달러 미만까지만 결제하고 유전스방식 수출에 대한 환어음 매입한도는 50만달러로 제한하고 있다. 일부 지방은행은 은행보증이 없는 추심방식의 수출에 대해서는 모두 건별로 본점의 딜링룸에 확인을 한뒤 LC방식 일람불수출은 50만달러, 유전스는 10만달러 미만으로 결제한도를 정하고 있다.

수출업계는 그동안 국내은행의 외환위기를 피하는 창구로 외국계은행을 이용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외국계은행마저 국내기업과의 거래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굴지그룹 계열사인 S화학의 경우는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회사 K이사는 『최근 나프타를 수입하기 위해 주거래은행인 C은행에 수입유전스LC개설을 의뢰했으나 불가통보를 받았다. C은행은 외화자금난으로 LC를 개설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H은행을 통해 미국의 BOA(아메리카은행)에 S화학을 수요자로 C은행에게 외화자금을 대출해주도록 의뢰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동국무역 김종진 외환부장은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해서 쓰고 있는 일부 내수기업의 경우 2중, 3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기업들보다 오히려 더 어려운 것이 은행이어서 사정을 호소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외환사정 악화가 실물경제를 본격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업계는 외상수출에 대한 국내 은행의 대금결제 기피로 30∼180일 이후에 대금을 받는 조건의 유전스나 환어음인수도 수출(DA)방식의 수출계약을 최대한 피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수출의 36%에 이르고 있는 유전스와 DA 등 외상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는 것이다. 91년 전체의 10.8%에 그쳤던 외상수출비중은 매년 높아져 지난해에는 23.3%였고 올들어 30%를 넘어섰다.

임창렬 통산부장관은 『외환시장이 더 악화하면 수출부진―수지악화의 악순환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국제 무역규범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다각적인 방안을 금명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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