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청땐 ‘경제주권’ 상실 등 후유증 심각/일부선 “경제구조조정 전기될수도”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요청에 대한 득실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물론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것이 정부의 마지막 정책수단이고 가급적 안하는 것이 좋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현재 금융상황을 감안할 때 구제금융요청은 「절대로 고려대상이 될 수 없다」는 시각과 「오히려 이점이 많을 수도 있다」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17일 외환당국은 『IMF에 SOS를 치는 것은 현 단계에선 고려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멕시코 태국 인도네시아 등 IMF 구제금융을 받은 나라들과는 달리 한국의 경제기반은 IMF에 구조를 요청할 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다. IMF 구제금융의 가장 치명적 후유증은 「신용위기국가」로 낙인찍히고 「경제주권」이 상실된다는 점이다. 한 금융계인사는 『국제기구에 손을 벌린 나라의 채권을 누가 사겠는가』라며 『한국계 채권은 정크본드(위험채권)로 분류돼 발행이 어려워지고 차입금리는 더욱 치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는 외환방어능력 상실국가로 규정돼 핫머니들의 1차 공략대상으로 떠오르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IMF 구제금융 요청시에는 부실기업이 채권단(주거래은행)에 자구이행계획을 제출하듯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국제수지 등 거시경제목표설정 ▲부실금융기관정리 ▲세율조정 등 모든 경제정책수립에 IMF의 「허락」을 받아야하므로 「경제주권」은 사실상 정지된다. 실제로 IMF는 8월 인도네시아에 1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경상수지적자를 2년내 국내총생산(GDP)대비 3%이내로 유지 ▲재정흑자를 GDP대비 1%이상조정 등 거시정책목표를 제시함은 물론 공기업민영화 수입관세인하, 심지어 국민차사업 등 조세·산업정책까지 문제삼은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부작용에도 불구, 일부에선 『IMF 구제금융을 더이상 터부시할 이유는 없으며 그럴 상황도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은행관계자는 『현재 한국의 신용도는 국책은행채권조차 정크본드가 될 만큼 더 나빠질래야 나빠질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외환당국이 스스로 금융기관 유동성위기를 해결치 못한다면 더 늦기전에 IMF에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IMF구제금융의 불가피론을 주장하는 인사들은 IMF지원이 단순한 외와유동성 확보차원을 넘어 경제구조조정에 전기가 될 것이란 논리를 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 『IMF가 요구하는 구제금융조건은 재정·통화긴축이 주요 골자인데 재정이 건실한 우리나라로선 이런 요구조건이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관계자도 『IMF 구제금융조건으로 정부가 부실금융기관정리에 착수한다면 「관치금융」비난여론의 부담없이 금융산업구조조정을 손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발적 구조조정이 어려운 우리나라로선 IMF구제금융이란 외부의 힘이라도 빌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우경제연구소 이한구 소장은 『선택의 문제이지만 정부가 확실한 외환시장안정의지를 보이려면 IMF 스탠드바이협정을 맺는 것까지 감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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