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본격회수땐 외화차입난 최악심각한 금융위기에 처해있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이웃 일본 금융기관들의 잇단 도산사태로 또 한번 출렁이고 있다. 전국적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홋카이도 다쿠쇼쿠(북해도척식)은행이 영업중단에 이르는 등 금융위기가 확산되자 아시아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일본금융계가 무너지면 우리 금융시장도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금융기관 특히 은행권의 부실은 국내금융기관들에게는 극심한 외화차입난이라는 직격탄으로 나타나게 된다. 금융전문가들은 국내 금융기관들이 외화차입의 3분의 1정도를 일본계 은행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과 종합금융사의 외화자산운용규모가 600억달러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일본계 은행에 대한 차입 의존은 최대 150억∼200억달러에 이른다는 추산이다. 이처럼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 금융기관들의 금고 노릇을 해온 일본은행들이 자산건전성을 높이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외화대출을 본격적으로 회수했을 때 나타날 파장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실제로 최근 부실이 심화한 일본은행들은 이미 단기대출금의 만기연장을 해주지 않는 방법으로 자산회수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 국내 금융권의 분석이다. 선발 A종금의 국제금융 실무자는 『다음주 만기가 돌아오는 일본계 은행 자금의 만기연장이 어려울 것에 대비, 싱가포르 등 지역으로 차입선을 알아보고는있지만 쉽지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외환은행 이홍우 외자부장은 『홋카이도 다쿠쇼쿠은행 영업정지를 계기로 일본 금융기관의 외화대출회수가 보다 가속화하게 되면 국내 금융기관들의 외화차입은 막다른 골목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금융기관의 부실은 금융기관뿐 아니라 산업부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엔화약세가 가속화함으로써 우리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연초 달러당 116엔대였던 엔화환율은 홋카이도다쿠쇼쿠 은행 파산설이 알려진 17일 개장과 동시에 달러당 127엔대까지 뛰어올랐다. 증시전문가들은 17일 국내 주가지수가 500대 밑으로 떨어진 것도 이 때문으로 분석했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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